[사설]장마당도 안 가보고 ‘北식량난’, 실태 파악부터 제대로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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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구의 약 40%가 식량부족 상태로 긴급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 보고서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 주요 도시의 쌀값이 최근 6개월 사이 1kg당 1000원가량, 즉 20%나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북한의 식량난 실태 자체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도 최근 “굶어죽기 때문에 지원을 해야 한다고 보기에는 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민생 지표라 할 장마당 쌀값이 하락 안정세를 보인다면 10년래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국제기구의 보고서는 제대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북한이 올해 초 비축미를 푼 데다 최근 중국 러시아에서 식량지원이 들어오면서 공급량이 증가한 때문이란 관측도 있지만, 어쨌든 북한이 당장 시급한 인도적 위기 상황에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제기구의 조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방한한 데이비드 비슬리 WFP 사무총장은 “북한이 전례 없는 접근 권한을 줬다”고 했지만 조사관들은 북한 당국이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하고 현장 조사도 사전 허가를 받은 곳만 갈 수 있다. 배급체제 안에 있는 간부와 군인 등 핵심 계층 외에 주민 대부분은 장마당에 의존하는데, 이번에 장마당에 대한 현장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은 요즘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대남 도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 선전매체들은 우리 정부의 식량지원 방침을 두고 “몇 건의 인도주의 협력사업을 놓고 호들갑을 피운다”고 비난한다. 그러니 식량지원이 결국 대북제재에 맞서 장기전을 대비하는 북한의 군량미만 채워주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언제든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의 식량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분배의 투명성도 확보한 뒤 신중히 해도 늦지 않다.
#장마당#북한 식량난#북한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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