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4월 고용동향’을 보면 실업률이 4.4%로 2000년 4월(4.5%)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았다. 신규 취업자도 17만1000명에 그쳐 두 달 만에 다시 10만 명대로 떨어졌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정부의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고용난이 심화된 것이다.
특히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년 전보다 0.8%포인트 오른 11.5%로 200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취업을 아예 포기했거나 대학 졸업을 미루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까지 포함한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5.2%로 해당 통계 작성 이래 최악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취임 2주년 대담에서 전년보다 소폭 떨어진 3월 청년 실업률(10.8%)을 근거로 “청년 실업률이 아주 낮아졌다”고 했지만 실상은 한 달 만에 최악의 기록을 경신할 만큼 악화된 것이다. 청년 4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자로 전락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있는 게 엄혹한 우리의 현실인데 청와대만 낙관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청년 실업난은 미래를 기약할 만한 번듯한 일자리가 부족한 탓이다. 지난달에도 일자리 보고(寶庫)인 제조업에서 취업자가 5만 명 넘게 줄어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금융보험업, 자영업자들이 몰린 도소매업도 대폭 줄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민간 일자리 창출보다는 세금을 쏟아부어 만드는 단기 일자리에 매진하고 있다. 정부의 공공일자리 사업 영향으로 4월에도 60대 이상 고령층과 초단기 일자리가 많은 일부 서비스 직종이 고용 증가를 견인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계속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급한 대로 예산을 투입해 일자리를 만드는 게 불필요한 일은 아니지만 근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사회는 연례 보고서에서 “저숙련 일자리 중심으로 한국의 고용이 특히 부진한 것은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부진 때문”이라며 민간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유도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노동생산성 증가폭보다 작게 하라고 권고했다. IMF 권고대로 해법은 민간이 일자리 창출과 성장을 주도하도록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속도 조절 의사를 밝혔듯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이 고용을 악화시키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 기업을 적대시하는 반(反)기업 기조를 접고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전성을 강화하는 구조개혁에 나서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이런 지적들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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