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와인이 ‘경북지역 6차산업’ 이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7일 03시 00분


문경 특산물 사용한 수제맥주 인기… 200여개 펍-레스토랑-호텔에 공급
포도 주산지 영천, 와인산업 중심지로… 와이너리 18곳서 연간 27만병 생산

지난해 10월 경북 문경시 유곡동의 가나다라 브루어리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배주광 대표, 고윤환 문경시장(가운데부터 오른쪽으로)이 수제맥주 캔을 들고 건배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지난해 10월 경북 문경시 유곡동의 가나다라 브루어리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배주광 대표, 고윤환 문경시장(가운데부터 오른쪽으로)이 수제맥주 캔을 들고 건배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북 문경시 유곡동 문경대로 옆에는 큼지막한 한옥 형태의 2층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대형 한정식집 같기도 하다. 언뜻 봐선 뭘 하는 데인지 알아차리기 힘든 이곳은 농업회사법인 ‘가나다라 브루어리’의 수제맥주 제조공장이다. 맥주 양조장인 셈인데 ‘문경새재 페일에일’ ‘점촌 IPA(인디아 페일에일)’ ‘주흘 바이젠’ 같은 문경 곳곳의 지명을 넣어 지역색을 입힌 수제맥주를 개발한 후 판매하고 있다. 오미자나 사과 같은 문경 특산물을 부재료로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가나다라 브루어리라는 독특한 회사 이름은 ‘한국적인 맥주를 만들자’ ‘기본에 충실한 맥주를 만들자’ ‘확장성 있는 회사가 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현재 수제맥주 8종과 과실주 1종을 매달 총 2만 L가량 만들어 전국 200여 개 펍(Pub)과 레스토랑, 호텔 등에 공급한다. 공장 한쪽에는 손님들이 제조 과정을 눈으로 보며 갓 뽑아낸 맥주를 마시는 공간이 있다. 입소문을 타고 주말마다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지난해에만 약 1만2000명이 찾았다.

배주광 대표(42)는 “문경은 물이 좋고 교통이 편리해 수제맥주 제조와 유통에 유리한 데다 대표 농산물인 오미자와 사과도 맥주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양조장을 세웠다”며 “생산규모와 거래처를 계속 늘려 수출도 타진해 보겠다”고 말했다.

경북의 특색을 살린 수제맥주와 와인 등 주류산업이 지역 6차 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6차 산업은 1차 농림수산업, 2차 제조·가공업, 3차 서비스업을 복합해 농가와 지역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산업을 말한다.

복숭아와 감 주산지 청도군은 최근 ‘청도읍성 수제맥주’를 내놨다. 2017년 대경대와 업무협약을 맺고 복숭아와 반시(청도 일대에서 나는 씨 없는 감)를 넣은 수제맥주를 개발해 그해 10월 청도반시축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후 기술을 이전받은 협동조합이 ‘청도읍성 수제맥주’라는 브랜드로 지난해 화양읍 청도읍성 관광지에 펍 형태의 수제맥주 판매장을 낸 데 이어 올 1월 청도읍에 판매장을 추가로 열었다.

청도군 관계자는 “수제맥주는 만드는 사람과 방법에 따라 다양한 풍미를 낼 수 있다”며 “청도읍성 수제맥주는 복숭아와 반시 고유의 향과 맛을 살려 젊은이와 마니아층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포도 주산지인 영천은 이미 국내 와인산업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연평균 강우량이 전국 평균(1000mm)보다 300mm가량 적고 일조량이 풍부해 맛과 향, 당도가 우수하며 산도(酸度)가 적절한 포도가 많이 나면서 자연스레 와인산업이 발달했다.

지역 곳곳의 와이너리 18곳에서 자신만의 특색 있는 와인을 연간 27만 병 생산한다. 매년 와인페스타를 열며 와인 전문가를 양성하는 와인학교도 운영한다. 직접 제조과정에 참여하면서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와인투어에는 연간 약 3만 명이 참여한다.

영천은 최근 포도 6차 산업 활성화를 위한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융복합산업 지구 조성사업’ 공모에 선정됐다. 경북도와 영천시는 앞으로 4년간 30억 원을 지원받아 와인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및 브랜드화를 추진한다. 경북도 관계자는 “농산물 부가가치 향상은 물론이고 소득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6차 산업이 활발해지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수제맥주#수제와인#경북지역 6차산업#문경 특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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