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하순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2017년 11월 이후 두 번째이며, 두 정상 간 회담은 문 대통령의 지난달 워싱턴 방문 이후 80여 일 만이다. 두 정상은 북한 비핵화와 동맹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고 한미는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적인 방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방한 결정을 먼저 발표한 것은 5월과 6월 트럼프 대통령의 두 차례 일본 방문 길에 한국을 건너뛰게 될 경우 불거질 ‘코리아 패싱’ 논란을 불식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나아가 북-미 교착의 장기화 국면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한미가 대북 공조 의지를 과시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도 한몫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북-미 대화를 복원하는 돌파구를 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그전에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바라는 눈치다. 문 대통령은 취임 2주년 대담에서도 “북한에 적극 회담을 제안하고 대화로 이끌 계획”이라고 했다. 북한이 이에 응할지는 알 수 없지만, 미국이 북한의 최근 도발에 정면대응을 자제하며 협상의 끈을 이어가려 하는 만큼 적절한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북-미 중재자 역할에 집착할 경우 지난달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때 벌어진 비정상적인 모습이 재연될 수 있다. 4·11 한미 정상회담은 시작 전부터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이 길게 이어지면서 한미 간 대북정책 이견을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나아가 정상 간 단독 만남은 고작 몇 분에 그치는 등 정상회담이라고 보기 어려운 장면이 연출됐다. 모든 게 양국 간 충분한 사전 조율 없이 이뤄진 탓에 빚어진 일이었다.
한미 간엔 여전히 대북 협상안을 두고 차이가 크다. 어제 발표에서 백악관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청와대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라고 각각 표현을 달리한 데서도 드러난다. 그간 우리 정부는 한미가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이라는 해법에 입장이 일치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렇다면 정상회담까지 40여 일간 긴밀한 협의 아래 구체적인 대북 제안을 완성해 두 정상이 함께 발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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