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버의 한국 블로그]외국인은 경찰이 어렵고, 경찰도 외국인이 어렵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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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
얼마 전 경찰서에 다녀왔다.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된다. 나는 제법 모범생처럼 사는 사람이다. 혹 안 좋은 일 때문에 간 것이 아니라 외사치안협의회에 참석했다. 분기마다 한 번씩 외국인들이 경찰에 치안 관련 애로사항을 말하고, 경찰의 새 정책을 청취하는 자리다. 경찰업무에 대한 외국인들의 이해를 높이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협의회 일원으로 위촉된 것은 큰 영광이면서도 책임감을 느낀다. 처음에 섭외 요청이 왔을 때 걱정이 없지 않았다. 그동안 서울시 글로벌센터장으로서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의견이나 불만을 점검하는 각종 협의체, 토론회, 포럼에 많이 참석했다. 하지만 대부분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고 형식적으로 만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회의도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했지만 결국 수락했다.

첫 협의회는 큰 기대 없이 갔는데 의외로 큰 보람을 느꼈다. 다양한 유관기관 종사자로 구성된 협의회에서는 외국인들의 애로사항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2차 회의 때는 그전에 나왔던 제안에 대한 경찰의 검토 결과를 듣고, 각 위원이 그동안 모았던 사례를 공개했다. 물론 모든 이슈를 100%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경찰에서 깊은 관심과 노력을 보였고 진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112에 신고할 때 언어장벽 때문에 외국인들이 불편을 느낀다는 의견이 나오자 몇 개월 만에 다누리콜센터와 협력해 3자 통화로 13개 언어 동시통역이 가능해졌다.

한국의 외국인들이 경찰에 느끼는 불만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출신국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미국인들은 민원인의 폭언을 듣고 가만히 있는 한국 경찰을 보면서 “이해가 안 된다. 경찰이 너무 나약하다”고 불평한다. 독재국가나 경찰이 매우 부패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은 한국 경찰의 성실한 모습을 존경한다. 그런가 하면 국적에 상관없이 자주 나오는 불만도 있다. 경찰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수도 있는 내용이다. 바로 “경찰이 무조건 한국인 편만 드는 것 같다”는 불만이다. 외국인들 사이에 퍼져 있는 이런 생각에 대해서 많이 안타깝다. 내가 만난 외사계 경찰들은 모두 다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외국인에게 친절했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순찰을 하지 않고 골목에 경찰차를 세워둔 채 안에서 쉬는 경찰을 자주 본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경찰은 많은 외국인 행사에 참석하거나,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범죄예방 교육에 나선다. 외국인 자율방범순찰대도 운영하며 지역 네트워킹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 사이에 퍼진 이러저러한 소문들에 대해 사실을 알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경찰행정에 대한 불만도 많다. 외국인들은 한국에 오기 위해 비자를 신청할 때 자국 경찰서에서 범죄기록을 받아 한국에 제출해야 한다. 본국으로 귀국할 때도 한국에 있었던 기간 동안 한국 경찰서에서 똑같은 서류를 받아 본국에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서류를 받기란 쉽지 않다. 이를 필요로 하는 외국인들은 점점 늘어만 가는데 한국 경찰은 인력이 부족해 민원을 신속히 처리해주지 않는다. 협의회를 통해 이런 문제도 해결됐으면 좋겠다.

사실 외국인이 얽힌 사건을 맡은 한국 경찰은 애로사항이 많을 것 같다. 보통 외국인을 만나면 그가 흥분하거나 충격 상태에 빠진 경우가 대부분이라 경찰이 의사소통을 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말을 할 줄 알지만 범죄나 사건과 관련된 전문적인 용어나 절차는 잘 모른다. 물론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전한 편이지만 안 좋은 일을 당하는 외국인들도 많다. 이들이 한국에서 법적으로 잘 보호받을 수 있도록 경찰에 계속 많은 의견을 내겠다.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
#외국인#한국 경찰#경찰행정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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