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더위에도 얼어붙는다 ‘이영하 슬라이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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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구 재무장, 두산 영건 5선발
최고 132km 무기 피안타율 0.085… 8경기 등판 평균 6이닝 넘게 소화
외국인 장악 마운드 ERA 1.88 3위… 다승-출루허용률 등 당당 상위권

이영하 뉴스1
이영하 뉴스1
한국 프로야구에서 KIA의 에이스 양현종(31)이 2015년 국내 투수로 평균자책점상(2.44)을 받은 뒤 이 상은 외국인 에이스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번 시즌 역시 두산의 조쉬 린드블럼(31)이 1위(1.48)에 오른 가운데 평균자책점 상위 5위 안에는 외국인 투수 4명이 포진했다. 이 중 유일하게 두산의 이영하(22)만이 평균자책점 1.88(3위)로 토종 선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야수들의 수비력도 뒷받침돼야 하지만 투수 개인의 역량을 가장 잘 나타내는 기록으로 낮을수록 ‘에이스’임을 증명한다.

2017년 1군에 데뷔해 지난 시즌까지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이영하는 이번 시즌 개막부터 두산의 5선발 자리를 꿰찼다. 8경기에 선발로 등판한 가운데 다승(5승 무패), 피안타율(0.193·2위)과 이닝당 출루 허용률(1.14·8위) 등 주요 지표에서 상위권에 올라 여느 팀 1선발을 훌쩍 뛰어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시즌 데뷔 후 첫 10승(3패)을 거뒀지만 평균자책점 5.28, 피안타율은 0.290으로 다소 아쉬웠던 것을 생각하면 괄목할 성장이다.

슬라이더 위력이 강해진 것이 성장의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시즌 0.307였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이번 시즌 0.085로 크게 줄어 타자들이 ‘알고도 속는’ 마구가 됐다. 기록상 슬라이더로 분류되는 이영하의 변화구는 사실 크게 꺾이는 시속 120km대 후반의 슬라이더와 140km로 들어가다가 타자 앞에서 살짝 꺾이는 ‘컷 패스트볼’ 등 두 가지 구종으로 다시 나눌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슬라이더의 속도를 조절해 타자와의 승부를 유리하게 가져가는 것이다. 지난 시즌 128km였던 이영하의 슬라이더 평균 구속은 이번 시즌 132km까지 올랐다. 이 컷 패스트볼을 장착하기 위해 이영하는 훈련이 없는 날에도 공을 손에 쥐고 그립을 익혔다.

변화구의 위력이 좋아지면서 이닝 소화력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이영하는 선발로 나서 17경기에서 평균 5이닝을 소화했지만 올해는 경기당 6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8차례 등판 중 7이닝 이상 투구는 4차례, 그중 8이닝 이상 던진 것도 2차례 있었다. 8일 류현진이 애틀랜타전 완봉승을 달성한 날 이영하 역시 KIA를 상대로 8이닝 무실점으로 완봉에 도전했으나 9회 선두타자 이명기에게 볼넷을 내줘 114구 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당시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영하가 올해 정말 잘 던지고 있다. 완봉을 못 한 것은 아쉽지만 아직 젊은 선수이니 앞으로 기회가 많을 것”이라며 흐뭇해했다.

우완 정통파 투수 이영하의 활약은 한국 야구대표팀에도 희소식이다. 그간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등 왼손 투수의 비중이 높았던 대표팀 마운드는 최근 이영하를 비롯해 최원태, 문승원 젊은 우완 투수들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 좌우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됐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kia#이영하#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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