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도 지구처럼 맨틀이 존재할 것이라는 구체적 증거가 처음으로 나왔다. 맨틀은 지각 바로 아래에 위치한 암석층으로 금속으로 된 핵을 둘러싸고 있다. 올 1월 3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 뒷면에 착륙한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4호’의 첫 연구 결과다. 인류가 달의 기원과 달의 원시 상태를 파악하고 행성의 생성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큰 진전으로 평가된다.
과학자들은 달에도 맨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해 왔지만 달 맨틀의 존재 여부와 상세한 구조는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일본의 달 탐사 위성 ‘가구야’가 달 표면 약 100km 상공에서 촬영한 데이터를 분석해 감람석이나 휘석의 존재를 짐작할 뿐이다. 지질학에서는 감람석과 휘석을 맨틀에서 만들어진 마그마에서 나오는 광물로 보고 있다. 칼슘 성분은 적고 철과 마그네슘 성분이 많은 게 특징이다. 감람석과 휘석의 존재는 달에도 맨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강력한 근거인 셈이다.
중국과학원 리춘라이 박사 연구팀은 창어 4호의 로버(탐사로봇) ‘위투-2’의 광학 및 근적외선 분광기를 이용한 탐사 결과를 분석한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16일자에 발표했다. 달 남극의 에이킨 분지에서 칼슘 함량이 적고 철과 마그네슘 성분이 풍부한 휘석과 감람석이 존재한다는 결론이다. 로버가 수집한 데이터와 일반 달 표면 물질 성분의 차이점을 분석한 결과다.
달의 뒷면에서 가장 큰 충돌구인 에이킨 분지는 지름 2500km, 깊이 13km에 달하는 대형 충돌 분화구다. 과학자들은 약 46억 년 전 지구와 달이 생성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41억 년 전 무렵 운석이나 소행성이 달과 충돌해 에이킨 분지가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당시 어마어마한 규모의 충격으로 달 맨틀 상부의 물질들이 달 표면으로 튀어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창어 4호는 에이킨 분지에서도 깊은 곳인 ‘폰카르만’ 충돌구에 착륙해 인류 처음으로 달 뒷면 탐사를 시작했다.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은 달의 원시 상태를 잘 보존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에이킨 분지의 폰카르만 충돌구 주변에 착륙한 로버는 달 뒷면의 지질과 광물, 토양의 구성 성분, 지하수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인류의 달 탐사 역사상 ‘월석’을 갖고 온 적은 있지만 깊이 13km 충돌구에 있는 광물을 로버가 직접 탐사하고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칼슘 함량이 낮은 휘석과 감람석은 달 맨틀의 구성 성분으로 짐작되는 물질”이라며 “이번 연구는 달 맨틀의 구조뿐만 아니라 달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진화했는지 알아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달에 맨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이번 연구 결과만큼 구체적으로 증거가 나온 적은 없었다”며 “달의 뒷면은 원시 달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으며 운석이나 소행성 충돌 흔적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로 인류는 달의 기원을 보다 명확하게 연구할 길을 열었다. 김 연구원은 “창어 4호 탑재체로 토양이나 광물 성분 탐사뿐만 아니라 주파수 탐지, 물 유무 측정, 특정 광물 탐사를 할 수 있다”며 “에이킨 분지 탐사 데이터를 종합 분석하면 충돌구가 생겼을 당시 상황을 추정하고 달의 기원을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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