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이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취임과 함께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오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에 ‘패스트트랙 강행 사과’를, 자유한국당에 ‘조건 없는 국회 복귀’를 제안하는 등 적극적 중재자를 자임하면서 각 당의 셈법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
○ 吳 “한국당, 할 만큼 했으면 국회 복귀해야”
오 원내대표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무책임하게 (국회) 바깥에서 떠들고 있으면 패스트트랙의 시간이 가서 본회의에 상정된다”며 “할 만큼 했으면 장외 투쟁은 그만하고 국회에 복귀하는 게 옳다”고 한국당을 압박했다. 그는 “자꾸 의심하는 분들이 계신데, 제가 원내대표가 됐다고 해서 이것(패스트트랙)을 부정하거나 거스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여권을 향해서도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강행을) 사과하고 청와대는 일대일 여야 회담 방식으로 (한국당 황교안 대표 등) 5당 대표를 순차적으로 모두 만나는 해법을 진지하게 고려해 달라”고 했다.
내친김에 오 원내대표는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각각 예방한 자리에서 3자 호프 회담까지 제안해 긍정적 답변을 이끌어냈다. 오 원내대표는 “형식은 상관없다. 나 원내대표가 ‘밥 잘 사주는 누나’라고 했으니까 이 원내대표는 ‘맥주 한잔 사주는 형님’으로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는 “제가 이야기했던 건 사과와 (패스트트랙) 원천무효, 철회”라며 “무효를 전제로 한 다음에 (국회 정상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선을 그었다. 사과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다만 한국당은 내부적으론 국회 복귀 시점을 놓고 여러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오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을 논의할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으로 권은희, 이태규 의원을, 이동섭 의원을 원내수석부대표로 임명했다. 오 원내대표가 전면에 내세운 이동섭 의원 등은 선거전 막판에 오 원내대표 쪽으로 돌아선 친안철수계. 이태규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수처법 등) 모든 부분에 수정은 불가피하다”며 “수정안이 안 만들어진다면 법안이 본회의에 강제로 올라가도 부결이 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유승민-안철수 등판’의 시동을 본격적으로 거는 게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패스트트랙 논의가 더 복잡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 손학규 “또다시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 퇴진 거부
손학규 대표 퇴진과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의 등판을 주장하는 오 원내대표와 손 대표의 기싸움도 이어졌다. 오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거 결과 새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 오랜 경험과 경륜을 가진 손 대표가 무겁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원내대표의 퇴진 요구를 “계파 패권주의”로 규정한 뒤 “이에 굴복해 퇴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퇴진 요구에 맞서)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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