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는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다음 달 방한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방한 사실에만 합의했을 뿐 아직 백악관과 정상회담의 의제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체류 일정 등을 조율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방한 사실을 서둘러 밝힌 것은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의 한미 공조를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북한을 향해 빨리 남북 정상회담 제의에 응하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다.
한미 정상은 지난달 워싱턴에 이어 두 달여 만에 다시 만나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게 된다.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북한의 입장을 파악해 조속히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두 달 사이 북핵 상황은 더 악화됐다. 워싱턴 방문을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은 4차 남북 정상회담을 공식 제안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답변 대신 1년 5개월여 만의 미사일 도발이라는 강경책으로 응수했다. 청와대가 추진 중인 대북 특별사절단 파견도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중재 노력에 대해 ‘오지랖’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만나겠다는 청와대의 구상도 실현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까지 한 달 넘게 남아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북측과 물밑 조율은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인식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각종 ‘청구서’를 꺼내들 가능성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부자 나라를 지키는 데 50억 달러가 드는데 그 나라는 5억 달러만 낸다”며 한국 정부를 겨냥해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미 정상이 만나도 뚜렷한 비핵화 해결책이 나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무기 구매,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 등 한미 현안을 논의하자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방한을 통해 한미 공조에는 이견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 문제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식량 지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재확인해 야당에도 “트럼프 대통령도 지지했으니 인도적 식량 지원을 인정해 달라”는 신호를 보내겠다는 의도다.
청와대는 또 이날 오전 5시에 문자메시지로 한미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공지했다. 백악관은 청와대보다 1시간 먼저 서면 발표했다. 청와대가 사전 공지 없이 새벽에 한미 정상회담 등 중대 사안을 발표한 적은 처음이다. 이를 두고 “전격적으로 백악관에서 방한을 확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성사시킨 청와대는 이제 체류 일정 조정에 주력하고 있다. 청와대는 2017년 11월 방한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서울에서 하룻밤 머무르기를 희망하고 있다. 당일치기 일정으로 진행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과 비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일본을 국빈 방문한다.
또 지난번 방한 당시 불발됐던 트럼프 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방문이 성사될지도 관심사다. 당시 기상 악화로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 헬기인 ‘마린원’이 뜨지 못해 DMZ 방문은 이뤄지지 못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