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2년 동안 이어진 영유아용 결핵백신 부족 사태는 독점 수입업체가 비싼 백신을 팔기 위해 싼 백신 수입을 고의로 중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예산 140억 원을 들여 임시로 비싼 백신을 무료로 공급했는데, 지난해 11월 이 백신에서 발암물질까지 검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영유아 결핵 예방용 BCG백신을 수입해 판매하는 한국백신이 비싼 도장형(경피용) 백신을 팔기 위해 국가가 지정한 무료 백신인 주사형(피내용) 백신 공급을 중단한 혐의로 과징금 9억9000만 원을 부과했다. 해당 기업과 임원은 검찰에 고발됐다.
BCG백신은 생후 4주 이내 접종하도록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른바 ‘불주사’로 알려진 주사형 백신을 국가필수 예방접종 의약품으로 지정해 무료 접종을 받도록 해 왔다.
당초 한국백신은 주사형 백신이 아닌 도장형 백신만 일본에서 수입했었다. 유아의 팔에 도장을 찍듯 눌러서 접종하는 도장형 백신은 개당 4만3000원으로 주사형 백신(2358원)의 18배에 달하고, 전액 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2016년 3월 제조사 사정으로 경쟁 수입업체의 주사형 백신 공급이 중단되자 정부는 한국백신에 일본산 주사형 백신도 들여올 수 있게 했다. 한국백신이 주사형, 도장형 모두의 독점 공급자가 된 것이다. 2016년 9월경 도장형 백신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으로 판매량이 감소하자 한국백신은 정부에 납품하던 주사형 백신 수입을 줄이다 2017년에는 아예 중단했다.
주사형 백신 공급이 부족해지자 정부는 2017년 10월부터 약 9개월 동안 도장형 백신을 사들여 임시로 무료 예방접종을 했다. 여기에 든 추가 예산이 140억 원이다.
2018년 11월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이 도장형 백신에 1급 발암물질인 ‘비소’가 소량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도장형 백신 공급이 중단됐지만 추가 검사에서 문제가 없다는 판정이 나와 올 1월부터 공급이 재개됐다.
일각에선 한국백신에 대해 수입 금지 등의 강력한 제재를 주문하지만 당국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견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의약품의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수입을 금지할 수 있지만 불법적 출하량 조절에 대한 제재는 권한 밖”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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