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 인도적 지원 국제공여 집행하기로
식량 이어 동시다발 대북 유화카드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 제의에 신형 탄도미사일 도발로 화답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돌려 세우기 위해 현 시점에서 동원 가능한 모든 카드를 속속 꺼내 들고 있다. 6월 말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전에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열어 멈춰선 비핵화 협상을 다시 가동시키겠다는 의도다.
통일부는 17일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하고, 북한의 아동 및 임산부를 지원하기 위해 국제기구에 800만 달러(약 95억6800만 원)를 공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기에 청와대는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 문제도 본격 추진할 태세다. 모두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추진되는 대북 유화책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요청을 5차례 유보했던 통일부는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을 이유로 이날 방북을 전격 승인했다. 지금까지는 기업인들의 방북이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신호로 해석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전선을 흐트러뜨릴 것을 우려해 승인을 유보해 왔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내 시설에 대한 기업인들의) 육안 점검이기 때문에 제재 해당 사안이 아니다”라며 “미국도 우리 측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인들이 개성공단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북한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정작 북한은 이날 오후까지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북한 아동, 임산부 영양 지원 및 모자보건 사업을 위해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800만 달러를 공여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2017년 9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남북협력기금 800만 달러를 북한에 공여하기로 결정했으나 지금까지 집행하지 못해 왔다.
국내 찬반 여론이 팽팽한 식량 지원과 관련해 청와대는 시점과 방식을 최종 고심하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갖고 “정부는 대북 식량 지원 원칙을 이미 확정했다”고 말했지만 청와대는 오후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WFP를 통한 지원 또는 대북 직접 지원 등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며 한발 물러섰다.
북한의 연쇄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에 800만 달러 지원을 결정하자 문 대통령이 ‘북핵 다걸기’에 나섰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이 또다시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문 대통령의 중재자 입지가 벼랑 끝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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