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거의 없지만 니코틴 일반담배 맞먹어… 전자담배 ‘쥴’ 비상
USB 닮은 전자담배 내주 국내 상륙
美서 청소년 흡연율 급증 원인 지목… 정부 “안내문 배포-금연대책 마련”
‘당신 자녀가 들고 있는 USB메모리(휴대용저장장치)가 담배일 수 있습니다.’
이르면 이달 말 전국 학교와 청소년 자녀를 둔 가정에 이런 내용의 안내문이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청소년의 흡연율을 급상승시킨 주범인 미국 전자담배 ‘쥴(JUUL)’의 국내 출시(24일)를 앞두고 보건당국은 ‘쥴의 공습’을 막아낼 금연대책을 이달 말 발표한다.
이번 금연대책은 미국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쥴이 국내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7일 “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신종 전자담배가 나왔다는 걸 알리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학교를 통해 전체 학부모에게 쥴의 모양 등을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쥴은 손가락 정도 길이(9.6cm)의 몸체에 ‘포드’라고 불리는 카트리지를 끼워 피우는 액상형 전자담배다. 2015년 5월 미국에서 처음 출시됐다. 출시 2년 만에 미국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1위가 됐다. 현재 미국에서 팔리는 전자담배 4개 중 3개가 쥴 제품이다.
문제는 쥴이 부모와 교사의 눈을 피해 청소년들이 피우기 쉽도록 제작됐다는 데 있다. 쥴은 기존 액상형 전자담배와 달리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는 원통형 흡입구가 없다. 얼핏 보면 USB메모리로 착각하기 쉽다. 가로 9.6cm, 세로 1.5cm, 두께 0.5cm에 불과한 데다 냄새나 연기가 거의 없다. 미국에서는 청소년들이 학교 화장실은 물론이고 교실에서까지 쥴을 피워 사회 문제가 되고 있을 정도다.
쥴은 ‘성인 흡연자를 위한 대체재’를 표방하고 있지만 미국 보건당국은 쥴을 청소년 흡연율을 올린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고교생 전자담배 흡연율은 2017년 11.7%에서 지난해 20.8%로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학생 전자담배 흡연율도 3.3%에서 4.9%로 올랐다. 불과 1년 만에 전자담배를 피우는 중고교생이 212만 명에서 362만 명으로 150만 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미국 보건당국은 어른들이 쥴을 보고도 전자담배인지 몰라 청소년 흡연을 방치한 것을 흡연율 급상승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후 부랴부랴 쥴의 특징을 교사와 부모들에게 알리는 데 주력했다. 청소년 전자담배 흡연 예방 수칙으로 ‘교사와 부모가 전자담배의 다양한 모양과 종류를 숙지해야 한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보건당국이 쥴의 국내 상륙에 맞춰 대책을 내놓은 것도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국내 흡연자들은 입소문으로 쥴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비흡연자 상당수는 쥴을 봐도 전자담배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교육청과 학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금연 교육을 할 때마다 쥴을 보여주면 대다수가 USB메모리나 샤프심통인 줄 안다”며 “적지 않은 청소년들은 이미 쥴이 담배인 줄 알지만 이를 지도해야 할 어른들이 모르는 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소년 사이에서 전자담배가 일반 궐련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쥴에 끼우는 포드 1개에 들어 있는 니코틴은 담배 1갑과 맞먹는다. 니코틴은 특히 청소년의 뇌 성장에 치명적이다. 이 센터장은 “전자담배는 더 해로운 일반 담배를 피우는 ‘관문’ 역할을 하기도 해 아예 처음부터 접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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