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39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정치권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광주행을 앞두고 폭풍 전야와 같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황 대표는 광주에 오면 안 된다”며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은 기념식 참석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광주민주화운동을 최초로 인정한 것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정당(민주자유당)이고 한국당 출신 김영삼 전 대통령”이라며 “저희는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국당과 5·18을 둘러싼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선(先) 5·18 망언 의원 징계, 후(後) 광주 방문’을 재차 요구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국회에서 “최소한 황 대표는 5·18 영령들께 참석 전 5·18 망언자 징계 처리에 대한 입장, 5·18특별법 제정에 협력할 것인지의 여부, 그리고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에 대한 입장 등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광온 최고위원도 라디오를 통해 “(기념식은)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고 당시 만행이 다시는 있어선 안 된다는 교훈을 다지는 자리다. 황 대표가 이 부분에 대해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광주에 가는 게 옳다”고 말했다.
호남에 지지 기반을 둔 민주평화당은 강력 반발했다. 평화당 장정숙 5·18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 대변인은 성명서를 통해 “황 대표는 확신범적 발상을 버리고 이성을 회복하기 바란다. 고인의 삶을 왜곡하고 모욕해 온 자가 유가족들이 거부함에도 불구하고 조문을 강행하는 법은 없다”며 “이쯤 되면 광주 시민에 대한 스토킹”이라고 비난했다. 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황 대표의 광주행을 “벼랑 끝 전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광주 전남 시·도민은 성숙한 모습으로 그들의 간계에 말려들지 않을 것”이라며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염려했다.
한국당은 5·18민주화운동의 의미 등을 새삼 강조하며 재차 기념식 참석 의지를 다졌다. 나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가지 모두를 달성한 유일한 나라”라면서 “민주화 중심에 5·18민주화운동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당은 그동안 김영삼 전 대통령 때인 1993년 5·13특별담화를 통해 문민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상이라고 선언하고, 민주묘역 조성을 발표한 뒤 4년 만에 묘역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한국당 대표가 5·18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2015년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대표 이후 4년 만이다.
한편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지도부는 이날 광주에 집결해 광주 금남로 일대와 옛 전남도청 인근에서 열린 5·18 전야제에 참석했다. 전야제에 참가한 시민 5000여 명은 팔에 ‘독재 타도’ ‘평화여 오라’는 글귀가 적힌 붉은 천을 묶고 5·18정신을 되새겼다. 전야제는 5·18 당시 상황을 재현하는 시민 참여 공연으로 진행됐다. 1980년 5월 금남로 집단 발포와 헬기 기총소사를 상징하는 퍼포먼스, 민족민주열사들의 행진, 택시와 버스가 라이트를 켜고 경적을 울리며 ‘계엄령을 해제하라’ ‘전두환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던 상황도 재연됐다. 5·18민주화운동 진상 규명과 역사왜곡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외침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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