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는 말과 ‘인간’이라는 말은 같지만 다르다. 사람이라는 단어에는 따뜻한 피와 다정한 눈빛이 담겨 있다. 더 생각하면 각양각색의 표정마저 떠오르고 마는. 사람이라는 말은 우리 모두를 품어 준다. 그런데 인간이라는 말은 인간과 인간 아닌 것들을 구분하려는 뜻이 강하다. 종으로서의 인간이 다른 유인원들보다 얼마나 뛰어난가. 인간은 로봇보다 얼마나 위대한가. 바로 이런 자부심이 인간이라는 말에 들어 있다. 간단히 말해 사람이 다정한 말, 안아주는 말이라면 인간은 차가운 말, 배척하는 말이다.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죽을 때는 사람이고 싶다. 이런 소망은 이영광 시인의 작품을 읽으면서 지지를 받곤 한다. 시인은 아주 간절히 ‘사람 되기’를 노래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그 노래가 몹시 지치고 어둡게 들리는 것을 보면서 새삼 깨닫기도 한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구나.
이 시에서도 이야기하듯 사람은 지극한 슬픔과 연민, 눈물과 고통을 안다. 넘어지고 울고 절망의 바닥을 치는 게 사람이다. 나아가 남이 넘어지면 함께 울고 함께 바닥을 칠 줄도 안다. 그래서 힘들다. 사람이 되는 것도 힘들고 계속해서 사람이기는 생각보다 더 힘들다. 종종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어”라든가 “나도 사람이야” 같은 말을 듣곤 한다. 어디선가 이런 말을 하고 듣고 결국 낙담하게 될 때 이 시를 읽는다. 시는 사람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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