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60대 남성 괴한에 납치… 정부, 한때 군사작전 검토했다 포기
UAE 정부 도움 받아 무사히 구출, 현지 한국인 4명 잔류… 재발 위험
“나로 인해 여러 사람들이 고생한 것 같아 죄송하고 대통령 및 우리 정부에 감사하다.”
여행경보 최고 단계인 4단계 흑색경보(여행금지)가 내려진 리비아에 무단 체류하다가 자발하사우나 소재 수로관리 회사인 ANC사 캠프에서 피랍돼 315일간 갇혀 있다 풀려난 주모 씨(62)는 16일 구출 당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17일 전했다. 정부의 철수 권고에도 현지에 머물다 피랍된 것에 대한 미안함을 내비친 것. 하지만 여전히 리비아 현지엔 한국인 4명이 생업 등을 이유로 불법 잔류하고 있어 비슷한 사건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7일 긴급 브리핑을 갖고 “지난해 7월 6일 리비아 남서부 자발하사우나 소재 수로관리 회사인 ANC사 캠프에서 무장괴한 10여 명에게 납치된 주 씨가 한국 시간으로 어제(16일) 오후 무사히 석방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사태 발생 이후 외교부와 국가정보원을 중심으로 ‘범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리비아 정부는 물론이고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우방국 정부와 공조해 인질 억류 지역 위치 및 신변 안전을 확인하면서 석방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정 실장은 설명했다.
주 씨는 피랍 315일째에 구출됐다. ‘제미니호 피랍사건’(582일)에 이어 두 번째로 긴 피랍 기간이다. 제미니호 피랍 사건은 2011년 4월 30일 한국인 선원들이 타고 있던 싱가포르 국적의 선박이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된 사건으로 한국인 선원 4명이 582일간 갇혀 있었다.
이런 까닭에 이번에 정부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해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피랍 즉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을 파견해 지난해 7월 14일 현지에 도착했다. 8월 중순 함정을 교체하면서 모두 4개월 가까이 현지에서 머물며 군사작전 가능성까지 검토했지만 여의치 않자 철수했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리비아는 현재 내전 중이어서 정세가 특히 불안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 대신 외교적 노력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2월 말 개최된 한-아랍에미리트(UAE) 정상회담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우리 국민이 석방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UAE 외교부가 리비아군 당국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석방을 이끈 것 같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군사작전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까닭에 정부가 UAE라는 중개자를 찾기 전에는 납치 세력과 구체적으로 협상을 진척시키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UAE를 통해 (협상을) 했던 점이 있다. 이전에도 활동이 있었지만 상세히 밝히긴 어렵다”고 했다.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정 실장이 처음 피랍 관련 브리핑에 나서며 정부는 이번 석방에 의미를 뒀다. 청와대는 “석방을 위해 문 대통령이 직접 챙기기도 했고, 구출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여 성과가 난 것이기 때문에 (정 실장이) 직접 발표를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관계부처 대책회의 횟수를 청와대는 50여 회, 외교부는 40여 회로 각각 다르게 설명하기도 했다.
주 씨는 18일 귀국할 예정이다. 빛이 차단된 곳에 감금돼 시력이 안 좋아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건강 상태는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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