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여성 환자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반문했다. 그녀는 언제부턴가 이유 없이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허리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어김없이 허리가 아파 병원을 찾은 것이다. 검사 결과 특별한 질환은 보이지 않았고, 직업이나 생활습관, 외상 유무 등 이것저것 문진을 해보았지만 특이한 소견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무릎에 놓인 커다란 숄더백이 문제였다. 누가 봐도 불편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컸다. 이 환자는 “한쪽 어깨에 가방을 메면 불편할 때도 있지만 필요한 물건을 많이 넣고 다니는 편이라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해 왔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환자처럼 가방이 척추 건강을 해치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한다. 요즘에는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한쪽 어깨에 메는 숄더백을 애용한다. 사실 숄더백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숄더백보다는 가방을 메는 습관이 문제다. 한쪽 어깨에만 가방을 메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쪽 어깨가 올라간다. 가방의 무게가 실리니 무게를 버티기 위한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한쪽 어깨가 올라간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척추에 부담을 주게 되고, 자연스럽게 통증이 생기게 마련이다.
척추 건강을 위해서는 숄더백보다는 백팩이 좋다. 백팩은 양쪽 어깨에 균등하게 가방의 무게를 나눠 질 수 있는 형태여서 척추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백팩도 끈을 너무 길게 하면 척추에 부담을 준다. 끈이 길면 무게 중심이 뒤로 가 목과 배가 앞으로 쏠려 일자 목인 거북목이 되기 쉽다.
숄더백을 포기할 수 없다면 양쪽 어깨에 번갈아 가며 메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방의 크기나 무게도 신경 써야 한다. 가방이 크고 무거울수록 척추에 실리는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가방의 무게는 체중의 15%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체중이 60kg이라면 9kg 이내로 가방 무게를 조절해야 척추에 과하게 부담이 실리지 않는다.
잘못된 습관으로 척추에 불균형이 생겼다면 적극적으로 자세를 교정하고 운동해야 한다. 간혹 한쪽 어깨가 올라가면 반대쪽 어깨에 가방을 메서 교정하려는 분들이 있는데 좋은 방법은 아니다.
양쪽의 균형을 고려해 자세를 교정하고 운동해야 또 다른 부작용 없이 척추 균형을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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