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위 SK그룹의 ‘체질 변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 처음으로 각 계열사의 성과 측정에 재무가치 외에 얼마나 사회적 가치를 생산했는지를 평가해 발표한다. 28일에는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한 국내 첫 대규모 민간 축제인 ‘소셜밸류커넥트(SOVAC) 2019’를 연다. 최태원 회장이 2014년부터 추진한 ‘사회적 가치’가 그룹 경영의 중심축으로 빠르게 자리잡아가는 모양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사장)은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SK가 내세우는 사회적 가치는 그동안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기업의 사회공헌이 번 돈의 일부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면 사회적 가치란 번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벌 것인가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대기업들이 해마다 거액을 쾌척하지만 사실 매출의 1%에도 못 미친다”면서 “SK가 말하는 사회적 가치는 나머지 99%, 즉 기업 활동 자체에서 사회적 가치를 내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이를 위한 방향으로 바꾸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SK가 도입한 방식이 ‘더블보텀라인(DBL)’이다. 재무제표의 마지막 줄에 나오는 재무적 성과와 함께 사회적 가치 성과도 절반의 비중으로 반영해 평가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바뀐 기준에 따른 각 계열사에 대한 평가 결과가 이달 처음 나오는 것이다. 주요 계열사별로 사회적 가치 전담 조직인 ‘SV추진실’이 설치된 것도 올해부터다.
이 위원장은 “미국 식음료 기업 네슬레에도 이런 전담조직이 있었지만 최근 없어졌다”며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마인드가 이미 기업 전체로 체화돼 별도 조직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맡고 있는 SV위원회도 3년 후쯤은 필요성이 없어지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도 덧붙였다. 현재 SK그룹 내 사회적 가치 전담 인력은 총 200명이 넘는다.
사회적 가치 추구가 기업의 이익을 반드시 희생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가 있다는 건 곧 소비자들이 해결을 원하는 수요가 있다는 것이고, 이는 기업엔 기회”라며 “특히 젊은 소비자들은 미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더 나은 세상’을 추구하는 기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빠르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 관련 행사를 한데 모은 축제를 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SOVAC 2019는 미국의 사회적 투자 콘퍼런스인 ‘SOCAP’를 벤치마킹했지만 다른 점도 많다. 이 위원장은 “SOCAP는 자본시장 관계자 위주로 사회적 기업에 대한 투자를 논하는 반면, SOVAC는 투자자뿐만 아니라 학계와 관계, 일반 소비자 등을 총망라한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SK텔레콤 이동통신부문 총괄, SK브로드밴드 대표를 거쳐 지난해 말부터 그룹의 사회적 가치 업무를 총괄하는 SV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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