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대가로 러에 사업권 제안’… 동영상 공개되자 부총리 사임
연정 붕괴… 총리, 조기총선 선언
23일 유럽의회 선거 최대변수로
유럽 11개 극우정당 伊서 회동… 메르켈 “포퓰리즘에 결연히 맞서야”
오스트리아 집권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극우 자유당 소속의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 부총리가 ‘친러시아 부패 스캔들’로 18일 사임했다. 이에 따라 연정은 붕괴됐고 연정을 이끄는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 겸 국민당 대표는 조기 총선을 선언했다.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대통령도 19일 기자회견에서 “가급적 9월 초 총선을 치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23∼26일 유럽의회 선거 시작을 5일 앞두고 터진 오스트리아발 스캔들이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독일 매체 슈피겔과 쥐트도이체차이퉁은 17일 슈트라헤 부총리가 그의 최측근이자 극우당 샛별로 꼽히는 요한 구데누스 전 빈 부시장과 함께 러시아 신흥재벌의 조카라고 주장하는 한 여성과 대화하는 2년 전 동영상을 공개했다. 총선을 3개월 앞둔 2017년 7월 스페인 이비사섬에서 찍힌 이 영상에서 슈트라헤는 러시아 여성이 오스트리아 유력 일간지 ‘크로넨차이퉁’ 지분 50%를 매입해 자유당을 지지하겠다고 제안하자 그 대가로 정부 사업권을 넘기겠다고 말했다.
슈트라헤는 언론인을 성매매 종사자에 비유하는 만행도 저질렀다. 그는 “기자들은 지구에서 가장 큰 매춘 세력”이라고 폄훼하며 크로넨차이퉁 기자들이 이에 저항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또 “자선단체를 통해 우회로 후원하면 감사원의 적발을 피할 수 있다”며 불법 후원도 유발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5만 유로 이상의 정당 후원은 즉시 감사원에 보고해야 한다. 이 모임은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술과 함께 계속됐다. 슈트라헤는 모임이 끝날 무렵 “혹시 우리가 덫에 걸린 것 아니냐”며 걱정했지만 구데누스 전 부시장이 “가짜(fake)가 아니다”라고 안심시켰다.
쥐트도이체차이퉁에 따르면 슈트라헤는 기사 보도 전 해명 요청에 “술에 취했고 통역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적나라한 동영상이 공개되자 바로 사퇴했다. 그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술에 취해 (여성에게) 환심을 사려는 10대 소년처럼 멍청하고 무책임하게 행동했다”고 밝혔다. 쿠르츠 총리는 슈트라헤 부총리의 사퇴 직후 “수치스럽다. 자유당과의 연정은 충분하다”며 연정 종료를 선언했다. 자유당은 2017년 10월 총선에서 3당이 됐다. 두 달 후 쿠르츠 총리가 이끄는 우파 국민당과 연정을 구성하며 유럽 최초로 내각에 참여하는 극우 정당이 됐다.
18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역시 이탈리아 집권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극우 동맹당 대표 겸 부총리인 마테오 살비니,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대표, 네덜란드 극우 정당 자유당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 등 11개 유럽 극우 정당 대표들이 모였다. 이들은 유럽 의회 선거에서의 지지를 호소하며 집결했지만 오스트리아 극우 정당 대표의 사퇴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같은 날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대중영합주의자(포퓰리스트)들은 부패 척결 및 소수자 보호 같은 유럽의 핵심 가치를 파괴한다”며 극우 정당에 맞설 것을 촉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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