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귀녀 할머니에게 지급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금 2억86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김모 씨(76)가 다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지원금도 가로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에 따르면 김 씨는 2003년 당시 중국에 살고 있던 하모, 백모 할머니를 국내로 데려왔다. 두 할머니 모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다. 김 씨는 중국에 거주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1996년부터 국내로 데려오기 시작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19일 “한국에 온 하 할머니가 ‘김 씨가 내 통장을 관리하면서 정부가 준 특별지원금 4300만 원 전부와 매달 지급되는 생활안정자금 일부를 빼갔다’고 나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했던 백 할머니 역시 하 할머니를 통해 “김 씨가 내 돈을 가져가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하 할머니는 김 씨가 통장에서 계속 돈을 빼가자 “내가 중국으로 돌아가야만 김 씨가 (돈 가져가는 것을) 멈출 것 같다”고 말한 뒤 2005년 말 백 할머니와 함께 중국으로 돌아갔다. 하 할머니는 2017년(당시 89세), 백 할머니는 2008년(당시 86세)에 별세했다.
김 씨가 이 할머니의 돈을 횡령한 혐의를 수사했던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해 초 피해 할머니들이 더 있다는 제보를 받고 내사를 벌였지만 횡령 혐의 공소시효(7년)가 지나 수사에 착수하지는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의혹을 조사했지만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사건은 이 할머니에 대한 지원금 횡령뿐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내가 사비를 들여서 할머니들의 귀국을 도왔는데,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왔을 때 금전적 사례가 없어 아쉬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중국에서 데려온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거주지 주소를 자신의 집으로 해 놓고 여성가족부와 외교부, 시민단체가 할머니들에게 보낸 선물을 가로챈 의혹도 제기됐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는 한 단체 관계자는 “김 씨는 요양원에서 지내는 할머니의 주소를 서울 용산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해놓아 할머니에게 지급된 선물이 김 씨 집으로 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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