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분기(1∼3월) 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 수준인 것은 세계 경제가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공통적인 악재에 직면해 있지만 한국이 유독 큰 충격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계는 올 1분기 한국 경제가 대내외 경기 전망이 어두워진 가운데 광공업 생산, 설비투자, 수출이 동반 부진에 빠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특히 1분기 한국의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 감소했다. 이 같은 투자 감소폭은 1998년 1분기(―24.8%) 이후 가장 큰 것이다. 여기에 한국 수출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수요가 급감한 결과 1분기 수출도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2.6% 줄었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1분기 경제성장률 감소에 큰 영향을 줬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성장률이 1.0%로 당초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올 1분기 성장률이 수치상으로 낮아 보이는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성장세는 민간보다는 정부가 주도한 측면이 있다. 4분기 성장률에서 민간 기여도는 ―0.3%포인트였던 반면 정부 기여도는 1.2%포인트에 이르렀다.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모두 민간 주도의 건실한 성장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한국 정부와의 연례협의에서 투자 및 글로벌 교역 감소로 한국 경제가 중단기적으로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높은 가계부채비율, 부진한 잠재성장률, 인구 감소, 생산성 둔화, 양극화와 불평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 등 경제의 부정적인 면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가 2.5%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였지만 2분기(4∼6월) 1.2% 이상 성장하고 3분기와 4분기에 0.8∼0.9% 성장률을 유지하면 목표치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각각 21일과 22일에 한국의 2019,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다. OECD는 3월 한국의 성장률을 올해 2.6%, 내년 2.6%로 전망했다. KDI는 지난해 11월 올해 성장률을 2.6%로 예상했다. 빈센트 코엔 OECD 국가분석실장은 9일 KDI 세미나에서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5%로 내놨는데, 이는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결과가 나오기 전이다. 아마 이보다 하향 조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