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제징용 국제분쟁화 절차 밟는 日… 한일관계 더 방치 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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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어제 일본 정부는 제3국 위원을 포함하는 중재위원회에 회부하자고 한국에 요청했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말 한국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이래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 분쟁해결 절차에 따라 양자 간 협의→제3국 중재위원회의 수순을 밟아왔다. 한국이 응하지 않으면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 단계는 한국의 참여 없이는 성립되지 않지만 일본 측은 마치 자신들이 ‘법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강조하려는 ‘국제 선전전’도 노린 듯하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관한 일본 정부 기류는 심상치 않다. 아소 다로 부총리 등 정부 실세들은 일본 기업 자산 압류가 이뤄지면 보복이 있을 것임을 잇달아 밝혔다. 이런 가운데 피해자들은 강제 배상 판결을 받은 기업들을 상대로 자산 현금화 조치에 나서고 있다. 한일관계의 악순환 행보가 계속되는데 그 누구도 뾰족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한일관계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양국 모두에서 조금씩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은 18일 “한국과의 관계를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다”며 한일 군사협력 관계 개선 의사를 드러냈다. 발언의 근저에는 북핵과 중국의 팽창주의를 코앞에 둔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한일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는 일본 주류의 안보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초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안전보장회의에서 한일 국방장관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지난해 일본 내 K팝 매출액이 3000억 원대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등 관광과 문화 등 민간 관계는 여전히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민간끼리의 사법 분쟁은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며 정부 간 협의에 응하지 않아 왔다. 그 결과 관계 악화를 사실상 방치하는 것 이외에는 별 노력을 기울인 게 없다. 아베 신조 정권은 한국에 대한 비판 분위기를 이용해 지지율을 높이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6월 말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 간 대화가 복원돼야 한다. 정상 간에 대화가 시작되면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서도 정부와 민간 모두에서 해결을 위한 논의의 물꼬가 조금씩 트일 것이다.
#강제징용 배상판결#일본#국제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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