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이 20일 발표한 경찰개혁안의 핵심은 ‘조직 쪼개기’다. 사실상 경찰조직을 세 조직으로 나눠 국가경찰, 수사경찰, 자치경찰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2월 경찰조직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하는 당정청의 경찰개혁안에서 한발 더 나아간 셈이다. 국가경찰은 행정 정보 보안 경비 외사 등의 업무를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수사본부가 관할하는 수사경찰은 광역범죄, 일반 형사 및 수사사건 등 수사만을 전담한다. 자치경찰은 여성·청소년·아동·장애인 보호 및 교통법규 위반 단속, 지역 경비 활동 등을 주된 업무로 삼는다.
경찰개혁안에 따르면 경찰조직은 큰 틀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체제로 운영된다. 다만 국가경찰 조직 내 수사를 전담하는 국가수사본부를 신설해 ‘수사경찰 조직’으로 독립시켰다. 경찰청장, 지방청장, 경찰서장 등은 행정경찰로서 원칙적으로 구체적 수사지휘를 할 수 없다. 국가수사본부장은 개방직으로 임기는 3년 단임이다. 자격요건을 법조인·대학 교수 등으로 확대해 경찰청장의 인사권을 제한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은 “국가경찰 안에 수사분야, 정보분야, 경비분야 등이 독립된 형태로 나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수사본부 설치는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경찰 권력 비대화 우려에 대한 당정청의 해법 중 하나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회의에서 “경찰 수사에 대한 공정·엄정성에 여전히 의심이 있다. 일반 경찰과 수사 경찰을 분리하는 국가수사본부 신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논란이 되고 있는 정보경찰에 대한 완성된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정보경찰 통제 시스템을 확립해 정치관여·불법사찰을 원천차단하겠다”며 “법령상 ‘정치관여시 형사처벌’을 명문화하고 ‘경찰정보 활동범위’를 명시해 정보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고하게 준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사·행정 경찰의 조직분리와 같은 정보경찰 독립 또는 분리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은 없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협의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의 대상 조직인 검찰과 경찰을 싸잡아 비판했다. 최근 문무일 검찰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에 공개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개 대응을 자제해왔다는 것과는 다른 기류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총대를 멨다. 먼저 검찰을 향해 “견제와 통제가 없는 권력기관의 권한 남용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권한 분산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에 대한 검찰 일부의 반응은 지극히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총장을 향해 “2년 임기 내에 검찰 스스로 국민 기대에 미칠 만한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는 따가운 국민 평가를 총장은 경청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경찰을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 원내대표는 “버닝썬 수사 결과에 국민이 실망하고 있다. 부실 수사로는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경찰 내부의 유착 고리가 있다면 단호히 끊어내야 한다”며 “검찰의 권한을 조정하는 만큼 경찰의 책임성도 높여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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