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4시경 광주지법 해남지원 1호 법정. 부친 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년째 복역 중인 김신혜 씨(42·사진)가 프로젝터 앞에 섰다. 김 씨는 아버지 명의 보험서류 6건을 프로젝터로 보여주며 “보험금을 노리고 친부를 살해했다는 증거로 검찰이 제출한 보험서류는 위조됐다”고 주장했다. “서류 작성 시기가 맞지 않고 필체가 다르다” “금융감독원 인증코드가 없다”며 약 20분간 열변을 토하자 형사합의1부 김재근 재판장(해남지원장)은 “이제 그만하세요. 들어가세요”라고 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2시간 반가량 진행된 재심 첫 공판에서 김 씨는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 상당수를 부정했다. 변호인이 있었지만 피고인석에서 앉았다 섰다를 거듭하며 22차례 스스로를 변호했다.
김 씨가 범행에 참고했다고 검찰이 주장한 영화 ‘사일런트 폴’을 두고 김 씨가 수십 분을 검찰 측과 다투자 김 재판장은 “재판부가 재판을 합니까, 아니면 피고인이 재판을 합니까”라고 되물었다. 김 씨가 끈질기게 자기 변론에 나서자 그의 변호인이 휴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검찰은 “증거 압수 과정 등에서 일부 하자가 있었지만 김 씨가 범인이 맞다”고 주장했다. 김 씨 변호인은 “위법 절차에 의해 수사가 이뤄졌고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유죄를 입증할 증거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 씨는 재판을 마친 뒤 “위조 문서를 제출한 검찰을 현행범으로 체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2000년 친부에게 수면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2001년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그러나 김 씨는 영장 없이 압수수색이 이뤄졌고 현장검증이 강제로 이뤄졌다는 등의 사유로 2015년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9월 대법원은 재심 개시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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