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들 서체 불법다운 확인… 250만원 내고 사용 안하면 소송”
업체, 서울 모든 사립학교에 공문
교육청 “불법성 몰라… 시비 가릴것”
“귀하의 학교 교직원들이 윤서체(사진) 저작물을 불법으로 이용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입니다.”
서울의 A고등학교 학교법인은 3월 법률사무소로부터 이런 내용의 공문을 받고 화들짝 놀랐다. 이 학교 관계자는 “우리는 윤서체가 뭔지도 모르고 썼는데 소송이라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159개 모든 사립학교 법인이 유사한 공문을 받으면서 학교 현장에서 윤서체 소송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2월 같은 내용의 소송 1심에서 일부 패소한 서울시교육청도 끝까지 시시비비를 가린다는 방침이다. 윤서체는 컴퓨터 워드프로세서에 사용되는 글자꼴(폰트)의 일종이다. 글자꼴은 디자인에 속하기 때문에 제작 업체는 저작권을 갖는다. 윤서체를 사용하려면 일정한 금액을 내고 구입해야 한다.
문제는 유료인 윤서체가 원인을 알 수 없이 학교나 교육청 PC에 확산돼 가정통신문과 각종 공문에 이용됐다는 점이다. 이에 제작업체는 “학교들이 저작권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윤서체 제작업체는 2016년 인천 지역 학교를 상대로 첫 소송을 제기해 1건당 최대 250만 원의 손해배상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런 소송전이 이제 서울까지 확산된 것이다. 해당 업체는 공문에서 “합의금 250만 원을 내면 소송을 하지 않고 윤서체 정식 사용권을 주겠다”고 밝혔다. 교육계는 전국 공·사립학교 1만1600여 곳이 윤서체를 정식으로 구입하는 비용이 29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학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장은 “교사들이 일부러 불법 다운로드를 해 쓸 리가 없지 않냐”고 말했다. 반면 업체 관계자는 “서울 전체 초중고교 1308곳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일일이 문서를 열어 윤서체가 불법 사용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공립학교는 교육감이 법적 책임의 주체인 만큼 업체는 사립학교 소송부터 진행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사립중고등학교장회는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만나 어려움을 호소했다. 조 교육감은 “사립학교 자문을 전담할 변호사를 고용해서라도 함께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소송에서는 윤서체가 학교나 교육청의 PC에 어떻게 들어갔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 측은 “전임자가 쓰던 컴퓨터에 윤서체가 깔려 있었거나 교육청에서 보낸 공문에 포함돼 있던 것 같다”고 주장한다. 서울시교육청 소속 신민정 변호사는 “서울시교육청의 판결이 다른 지역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저작권 침해 수준과 고의성 유무 등을 철저히 가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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