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수사 부실과 조선일보의 수사 무마 외압 의혹에 대해 “사실로 확인됐다”고 20일 밝혔다. 하지만 리스트의 존재 여부를 규명하지 못했고, 공소시효 문제로 성상납 강요 등은 수사 권고를 하지 못했다.
과거사위는 이날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지난 13개월간 84명을 조사한 결과를 담은 A4용지 250쪽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 술접대 강요 “사실 부합”… 위증만 수사 권고
앞서 장 씨는 2009년 3월 소속 기획사 대표 김모 씨의 강요로 사회 유력 인사에게 술접대를 하고 잠자리 요구를 받았다고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과거사위는 장 씨가 친필 문건을 통해 주장한 술접대 강요와 폭행·협박 등의 피해 사례를 대체로 사실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 씨에 대한 강요죄의 공소시효(7년)가 지나 수사 권고를 하지 않았다.
과거사위는 2012년 조선일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 형사재판에서 김 씨가 “장 씨를 폭행하지 않았다” 등 위증을 한 혐의만 검찰에 수사 권고했다.
○ “조선일보 수사 외압” vs “일방적 주장”
과거사위는 “2009년 조선일보가 (장 씨 문건에 나오는) ‘방 사장이라는 사람을 조사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한 점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과거사위에 따르면 경찰이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조사할 당시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조선일보 사회부장으로부터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퇴출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조선일보하고 한번 붙자는 겁니까”라는 협박을 당했다고 조사단에서 진술했다. 하지만 과거사위는 특수협박 혐의의 공소시효가 완성돼 수사 권고를 하지 않았다. 과거사위는 또 당시 경찰이 김 씨로부터 “코리아나호텔 방용훈 사장이 장 씨와 식사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방 사장을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조선일보는 “일방적 주장과 억측에 근거해 마치 조선일보가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것처럼 단정적으로 발표한 과거사위에 유감을 표명한다.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과거사위는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 등을 근거로 TV조선 방정오 전 대표가 2008년 10월 장 씨와 술자리에서 동석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 전 대표가 술접대를 받았는지 확인할 자료가 없다며 관련 의혹을 수사 권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 “검경 부실 수사로 ‘장자연 리스트’ 못 밝혀”
과거사위에 따르면 경찰은 장 씨 집에서 리스트로 추정되는 이름이 적힌 메모와 일부 다이어리, 명함 등을 압수수색하지 않았고, 옷방과 가방을 열어보지 않았다. 과거사위는 “초동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압수수색에서 결정적인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검찰은 경찰이 장 씨의 다이어리 등을 유족에게 돌려줄 때 사본을 남겨두도록 수사 지휘를 하지 않아 객관적 자료 보존에 실패했다고 과거사위는 판단했다.
과거사위 문준영 위원(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브리핑에서 ‘장자연 리스트’ 존재 여부에 대해 “실물 확인이 안 되고 관련자 진술이 엇갈려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있다, 없다’를 판단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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