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4시 경기 오산시 죽미마을 12단지 아파트 관리동 지하 1층 함께자람센터. 초등학교 1, 2학년 8명이 경기 오산시교육재단 소속 송정원 강사(48·여)가 읽어주는 책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모기가 곤충일까요, 거미가 곤충일까요.” 학생들은 “잘 모르겠어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들 옆에서는 초등학교 3, 4학년 네댓 명이 블록놀이와 종이접기를 하고 있었다. 오산 필봉초등학교 조영범 군(10)은 “엄마가 집에 올 때까지 혼자 TV를 보거나 게임을 했는데 요즘은 센터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놀다 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른바 ‘오산형’ 온종일 돌봄 시설인 함께자람센터가 개관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온종일 돌봄이 생소해 찾는 아이가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입소문이 퍼져 대기자가 있을 정도다.
오산시는 오산교육재단 오산체육회처럼 지역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기구나 기관을 마을자원으로 삼아 함께자람센터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공간은 아파트 주민들과 협약을 맺어 관리동을 쓰고 있다. 아이들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전통공예 중국어 탁구 수학놀이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운다.
그동안 돌봄시설이 주로 취약계층 자녀를 대상으로 했다면 함께자람센터는 다자녀가정이나 맞벌이 부부의 자녀 28명이 이용하고 있다. 센터장 1명과 돌봄교사 2명이 초등학교가 파하는 오후 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방학 중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아이들을 돌본다. 부모 중 한 명이 직장에서 퇴근할 때까지다. 김려원 함께자람센터장(50·여)은 “학교의 방과후 교실보다 분위기가 자유로워서인지 아이들이 놀이터 오듯 온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아파트 단지의 시가 직영하는 돌봄 시설에 대한 믿음이 크다.
초등 2년생, 4년생 자녀를 둔 박경애 씨(37·여)는 “화성 동탄으로 이사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이곳을 아주 좋아하는 바람에 선뜻 결정을 내릴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막내가 초등 2년생인 김혜란 씨(46·여)도 “맞벌이를 하는데 아이를 맡길 곳도 없고 대신 봐 줄 사람도 구하지 못해 막막했다”며 “단지에 센터가 있으니까 아이가 친구들과 지내면서 학교 생활에도 빠르게 적응하고 활동적으로 변해 긍정적”이라고 했다.
오산시는 학부모와 학생의 만족도가 높아 올해 함께자람센터를 4곳 더 늘리고 2021년까지 30곳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전국 최초로 초등학생 온종일 돌봄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전담팀도 신설했다. 그 결과 정부의 ‘온종일 돌봄 생태계 구축 선도사업’에 선정됐다. 최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함께자람센터를 찾아 오산형 온종일 돌봄 체계를 전국으로 확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협약을 맺어 주민공동시설을 활용하기 때문에 초등학생 자녀가 없는 가정으로부터 동의를 얻어내는 일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곽상욱 오산시장은 “지역사회와 유기적으로 협력해 양질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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