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신시내티전 4번 주자 2루… 푸이그 병살 등 모두 범타 처리
주무기 따로 없는 다양한 구종, 올 시즌 첫 원정 승리 이끌어내
20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신시내티의 경기. 1회 신시내티 4번 타자 야시엘 푸이그를 마주한 류현진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흘렀다. 지난 시즌까지 다저스에서 한솥밥을 먹던 ‘절친’ 푸이그를 처음으로 만나는 반가운(?) 타석이었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선두 타자 닉 센젤에게 안타를 허용한 류현진은 조이 보토를 삼진으로 잡았지만 3번 타자 에우헤니오 수아레스를 볼넷으로 내보내 1사 1, 2루 위기를 맞이했다.
류현진은 옛 동료를 상대로 정면 승부를 택했다. 바깥쪽 시속 145km 포심 패스트볼(포심)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류현진은 두 번째 공 역시 포심을 던져 병살타를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흔히 직구로 통용되는 포심은 속도가 가장 빠르고 회전수가 높은 구종이다.
1회 푸이그 타석을 시작으로 이날 류현진은 네 차례 득점권(주자가 2루 또는 3루에 있을 때)에 주자를 내보냈으나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이번 시즌 류현진은 아직까지 득점권 피안타가 한 개도 없다. 이는 그의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러한 위기관리 능력은 다양한 구종에서 나온다. 이날 류현진이 네 차례 위기를 실점 없이 헤쳐 가는 과정은 최근 자신의 장점을 집약한 하이라이트처럼 보였다.
3회 위기를 넘긴 구종은 체인지업이었다. 2회를 안타 한 개로 막은 류현진은 3회 1루타로 출루한 센젤이 LA 다저스 포수 러셀 마틴이 공을 빠뜨린 틈을 타 2루에 진루해 1사 2루로 다시 한 번 득점권 상황에 놓였다. 류현진은 2번 타자 보토에게 3구째 체인지업을 던져 우익수 뜬공을 유도했다. 체인지업은 류현진이 2013 빅리그 데뷔부터 높은 비율(22.7%)로 사용해 온 ‘효자 구종’이다. 류현진의 변화구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받는 체인지업은 이번 시즌 피안타율 0.121로 그가 던지는 5가지 구종 중 가장 낮다. 체인지업을 던질 때 류현진의 팔 스윙은 직구를 던질 때와 거의 같지만 평균 구속이 직구보다 약 18km 느려 상대의 타격 타이밍을 빼앗는다.
3회 수아레스와 4회 호세 페라사를 상대로는 컷 패스트볼(커터)을 던졌다. 변형 패스트볼인 커터는 빠른 속도로 날아오다가 타자 앞에서 살짝 휘어지는 구종으로 타자 입장에서 정확히 중심을 맞히기가 쉽지 않다. 류현진이 2017년부터 던지기 시작한 커터는 이제 빼놓을 수 없는 결정구가 됐다. 미 스포츠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류현진은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여전히 많이 던지지만 커터의 비율을 늘리면서 에이스급 투수로 성장했다. 지난 시즌 커터 헛스윙률은 7.7%였는데 이번 시즌에는 15.9%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류현진은 포심(30.9%), 체인지업(23.5%), 커터(20.6%)를 비슷한 비율로 활용하고 있다. 류현진은 서로 다른 구종을 던질 때 릴리스 포인트(투수 손가락 끝에서 공이 떨어지는 지점)가 거의 일치해 타석에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타자 입장에서는 노렸던 구종과 실제 구종이 다를 확률이 높아 진땀 흘리기 일쑤다.
이날 류현진은 볼넷 1개를 허용해 9이닝당 볼넷이 0.52개에서 0.61개로 늘었지만 이 부문 2위인 잭 그링키(애리조나·1.11개)를 크게 따돌리고 메이저리그 1위를 유지했다. 볼넷당 삼진 비율은 18.00에서 14.75로 줄었지만 2위 카를로스 카라스코(클리블랜드·8.86)를 여전히 큰 차이로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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