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분홍색 직통전화’ 효과 소개
작년 재개통뒤 매일 두차례 통화, 지뢰 정보 外 개인사까지 나눠
北병사, 영상통화-초코파이에 관심
“제 여자친구는 한국인입니다.”
판문점 남측 유엔작전사령부에서 근무하는 대니얼 맥셰인 미군 소령이 분홍 전화기를 붙잡고 이렇게 말하자 상대편에서 “우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수화기 너머에 있는 사람은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근무하는 북한군이었다.
판문점 유엔사와 북한군 사이에 개설된 ‘분홍색 직통전화’가 양측의 긴장감을 낮추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지난해 7월 판문점 비무장지대(DMZ)에 설치된 남북 간 직통 전화가 약 5년 만에 다시 연결된 뒤 맥셰인 소령은 매일 오전 9시 반과 오후 3시 반 두 차례 북한군과 접촉하고 있다. 양측은 서로 약 38m 떨어져 있다.
정례 통화에서 미군 유해 송환과 DMZ 지뢰 제거 작업 등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현재까지 164여 차례 통화가 이어지며 양측은 가족, 관심사에 대한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말할 정도로 친해졌다. 맥셰인 소령이 “여보세요”라고 말하며 전화를 받으면 북측도 “굿모닝(좋은 아침)”이라며 화답한다.
이들은 수차례 얼굴을 마주한 적도 있다. 당시 북한 병사들은 유엔사에서 애플의 영상통화 서비스 ‘페이스타임’을 보고 감탄했고 과자 ‘도리토스’와 ‘초코파이’에 관심을 보였다. 또 북한 병사들은 휴일 저녁 식사에 대해 말하거나 담배, 위스키 등에 대한 애호를 표현하기도 했다고 WSJ는 전했다. 현재 판문점 경계는 유엔사 경비대대와 북측이 각각 35명씩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양측 모두 비무장 상태로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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