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서 추출한 천연 치료제 개발… 인체에 무해해 가로수에 적합
내년 상반기 대량생산해 활용 계획
봄의 전령사인 벚꽃이 지고 나면 벚나무에선 푸릇푸릇한 잎사귀가 돋는다. 그러나 벚나무 잎사귀를 유심히 살펴보면 구멍이 난 잎사귀가 적지 않다. 이는 갈색무늬구멍병으로, 균에 감염된 탓이다. 감기만큼이나 벚나무에 흔한 이 병은 기존에 농약을 뿌려야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 병을 예방할 수 있는 천연식물보호제가 개발돼 ‘친환경 방제’의 길이 열렸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배창환 연구관은 “갈색무늬구멍병에 걸리면 단풍이 들기도 전인 8, 9월에 잎사귀가 다 떨어져 버린다”며 “전남 구례 등 벚꽃길로 유명한 지역에선 이 병이 큰 골칫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벌레가 잎사귀를 먹은 줄 알고 살충제를 뿌린다. 이 병은 나무 생장에 큰 피해는 없지만 미관상 좋지 않고 다음 해 꽃을 피울 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농약을 뿌려 이 병을 예방할 수 있지만 주로 가로수로 심은 벚나무의 특성상 시민들이 농약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국의 가로수 735만3000여 그루 중 벚나무는 20.2%(148만7000여 그루)로 가장 많다. 농약을 대신할 친환경 방제가 시급한 이유다.
이에 국립생물자원관은 전남대 김진철 교수 연구진과 함께 2016년부터 갈색무늬구멍병에 효과적인 천연균 1000여 종을 실험했다. 그 결과 2017년 12월 토양에서 추출한 ‘바실러스 메틸로트로피쿠스 8-2균주’를 찾아냈다. 연구진이 지난해 전남 장성과 광주에서 벚나무에 해당 균주로 만든 천연식물보호제를 뿌렸더니 이 보호제를 뿌리지 않은 나무에 비해 갈색무늬구멍병의 억제 효과가 2.5배로 나타났다. 농약을 뿌릴 때와 방제 효능이 유사했다.
연구진이 만들어낸 천연식물보호제는 내년 상반기 대량 생산해 먼저 구례 등에서 활용할 예정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이병윤 생물자원연구부장은 “미생물을 활용한 천연식물보호제는 벚나무의 병을 예방할 뿐 아니라 자연 생태계의 건강성을 해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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