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전 고장 12시간 방치한 한수원의 용납 못 할 기강해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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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 전남 영광군의 한빛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시험 가동하던 중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한 정황이 확인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어제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을 투입해 특별조사에 착수했다. 국내 원전 현장에 특사경이 투입된 건 사상 처음이다.

한빛원전 1호기는 지난해 8월부터 실시한 정기점검을 마치고 이달 9일 재가동에 들어갔다. 그런데 불과 하루 만인 10일 오전 10시 반쯤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시험 중 원자료 열 출력이 제한치인 5%를 훨씬 넘어 18%까지 치솟는 이상 상황이 발생했다. 제어봉은 원자로의 출력을 조절하거나 정지시키는 장치인데, 열 출력이 제한치를 넘으면 즉시 원자로 가동을 멈춰야 한다. 하지만 한수원은 12시간 가까이 방치했다가 오후 10시를 넘겨서야 수동 정지했다. 열 출력 25%가 되면 원자로를 자동 정지하는 장치가 있지만 원전 안전은 수십 겹의 안전 절차 중 하나라도 허술해서는 안 되는 문제다. 극단적인 경우 열 출력 급등으로 방사능 물질 유출 같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더구나 10일 시험 당시 원자로 조종 면허가 없는 직원이 제어봉을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제어봉 조작은 면허 소지자가 직접 하거나 면허 소지자의 지도·감독에 따라야 하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이 기본적인 안전의식조차 해이해진 게 아닌지 우려된다.

이번 사고 외에도 올 들어 가동 중인 원전이 불시에 멈춰 서는 사고가 두 번 있었다. 한수원의 안전불감증과 기강해이가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이 아닌가 싶다. 작은 사고라도 자칫하면 끔찍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 원전 사고다. 철저한 안전관리는 탈원전이든 친원전이든 정책 방향과 무관하다. 차제에 국내 원전 전반을 대상으로 설비 및 안전문화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에 나서야 한다.
#한국수력원자력#한빛원자력발전소#원전 고장#한빛원전 1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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