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 숍에서 어린 강아지를 샀는데 파보 바이러스(장염)로 닷새 만에 죽었어요. 한달을 울고 지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2달 된 가정견을 입양했어요. 아플까봐 걱정이 돼서 반려견 건강과 관련해 이것저것 찾아보며 열심히 공부했지요.”
11년째 말티즈 ‘뜨아’를 친딸처럼 돌보고 있는 허지윤 씨(46·사진)는 반려견 커뮤니티에서 ‘뜨아맘’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여러 해 동안 각 분야 전문 수의사들을 강사로 초청해 반려견 건강, 영양과 관련한 포럼을 열기도 했다.
“패션 회사에서 일할 때 중국 지사로 발령 받았어요. 당시 뜨아가 3살이었는데, 그곳에서 마땅히 먹일 만한 시판 사료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 집에서 화식(익힌 자연식)을 만들어 먹이기 시작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부족한 점이 많지요.”
2년 만에 귀국했을 때는 생식으로 바꿨다. 고기는 자연방목농장을 찾아서 닭, 오리, 토끼, 육우, 사슴, 메추리, 양 등을 구입했다. 고기 가는 기계를 집에 들여놓고 직접 갈아 먹이는 그를 보고 사람들은 극성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집에서 화식이나 생식을 만들어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열량뿐 아니라 각종 필수 영양소가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하고, 그 비율도 맞춰야 하죠.”
“자연식을 먹이며 뜨아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느냐”고 묻자, 그는 “활동량이 많아져 다리 근육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또한 “자연식의 소화흡수율이 높아 대변 양과 냄새가 줄고 모질도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허지윤 씨는 반려견 영양 포럼을 통해 인연을 맺은 정설령 수의사와 의기투합해 지난해 봄 한국반려동물영양연구소를 설립했다. 8년간 허 씨가 개발한 자연식 레시피를 토대로 20년 가까이 영양학을 연구한 정설령 수의사의 전문 지식을 더해 프리미엄 자연식 브랜드 ‘레이앤이본’도 내놓았다.
“저는 자연식보다 신선식이라는 말을 더 즐겨 써요. 바로 전날 도축한 무항생제 닭과 오리고기, 당일 도축한 무항생제 한우의 적내장으로 만드니까요. 당일 들어온 신선한 채소만을 고집하고, 강황, 햄프씨드, 밀싹, 블루베리 등의 수퍼 푸드와 타임, 세이지 등의 기능성 허브를 사용하죠.”
모든 제품은 아이스팩 포장으로 배달되며, 집에서 받는 즉시 냉동 보관해야 한다. 보통 배달 희망 날짜 2주 전에 미리 주문해야 한다. 허 씨는 “건국대 수의과대학 수의미생물학교실에 매주 세균, 미생물 검사를 의뢰하며 철저한 위생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글/계수미 기자 soomee@donga.com 동아일보 골든걸 goldengir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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