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가계신용 잔액 4.9%만 늘어… 한은 금리인하 거부 명분 약해져
“통화정책 완화해 성장 지원을” KDI도 인하 필요성 공식 제기
美 금리-환율 상승세가 최대 변수
경기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세가 한풀 꺾이면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3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 결정 또는 향후 인하에 대한 신호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2일 공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4%로 하향 조정하면서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DI는 “단기적으로는 대내외 수요 위축에 대응해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조합을 확장적 기조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KDI는 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7%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며 한은이 물가안정목표 달성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전날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6%에서 2.4%로 낮추면서 통화정책 완화를 권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사회도 이달 14일 공개한 ‘2019년 한국 보고서’에서 “단기 성장세를 지원하고 리스크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이 완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통화당국이 금리를 낮추는 데 가장 큰 부담이었던 가계부채는 진정세를 보였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1분기(1∼3월) 가계신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약 1540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늘었다. 가계신용은 은행 보험사 대부업체 등 금융회사에서 받은 가계대출과 결제하기 전 카드 사용금액인 판매신용을 합한 것으로 실질적인 가계 빚의 총량을 나타낸다. 가계대출이 소폭 늘면서 전체 가계신용 잔액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증가세는 14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은은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정책과 주택 매매거래 위축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은은 금융 안정을 이유로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해 왔다. 가계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을 넘어설 정도로 큰 데다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자칫 금리를 내렸다간 가계부채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등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통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금통위 내에서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조동철 금통위원은 이달 8일 “0%에 가까운 물가상승률은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은이 당장 금리를 낮추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원화가치의 가파른 하락세도 부담이다. 금리를 내리면 외국인의 자금 이탈로 환율이 더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센터장은 “시장에는 이미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져 있지만 한은이 선제적으로 나서기는 어려워 당장 올해 금리인하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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