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어제 “내수와 수출이 모두 위축되고 있다”며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하루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성장률을 두 달 만에 0.2%포인트 낮춰 2.4%로 전망했다. 다른 주요국에 대해선 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하거나 높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비관적 전망이 잇따르는 것은 6개월 연속 마이너스가 확실시되는 수출을 비롯해 생산 투자 소비 고용 등 각종 지표들이 동반 부진에 빠지며 우리 경제의 엔진이 급격히 식고 있는 탓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요국 경제가 뒷걸음질칠 때도 한국은 성장세를 지켜냈지만 불과 10년 만에 그 저력을 잃고 저성장 고착화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KDI는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돼 글로벌 교역이 더 둔화될 경우 성장률이 0.2%포인트 이상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대까지 낮춰 잡았다. 이런 엄혹한 상황에도 청와대는 “경제가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등의 낙관론을 견지하며 시장에서 부작용을 일으켜 온 정책들을 고집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정부는 국내외 기관의 경고를 받아들여 성장 둔화를 막을 근본적인 구조개혁과 경제체질 개선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우선 지난 2년간 시행착오를 겪어온 정책들의 방향전환 메시지를 경제현장에 분명하게 줘야 한다. 특히 최저임금은 문재인 대통령이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과도한 인상이 고용 감소를 초래했음을 인정하는 정부의 첫 공식보고서도 나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합리적 인상률을 제시해 이제 경제정책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신뢰를 시장에 줘야 한다.
또한 낮은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개혁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KDI는 생산성 증가세가 현 수준에 머물 경우 2020년대 성장률이 1% 후반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도 고용시장 경직성을 깨는 노동개혁과 ‘포스트 반도체’를 대비할 산업구조의 질적 전환 없이는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수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