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vs ‘타다’ 대표 거친 충돌
최종구 “정책 책임자에 혁신부족 비난… 택시업계에도 거친 언사 내뱉어”
이재웅 “주무 장관도 아닌데 너무 불쾌” 이찬진 “부총리 비판하면 무례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2일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로 택시업계는 물론이고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이재웅 쏘카 대표에 대해 “무례하고 이기적이다”라고 공개 비판했다. 이 대표는 즉각 “이분 왜 이러냐”며 맞받아쳤다. 최 위원장이 이 대표와의 논쟁에 탑승하면서 쏘카를 둘러싼 전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행사 이후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내가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최근 ‘타다’ 대표란 분(이재웅 대표)이 하시는 언행을 보면 경제정책 책임자를 향해 혁신의지 부족을 운운하는 등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택시업계에 대해서도 상당히 거친 언사를 내뱉고 있는데, 너무 이기적이고 무례한 언사가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위원장은 이어 “(이 대표의) 발언을 보면 마치 택시업계를 걱정하듯 대안을 내놓는데 여러 대안이 같이 검토돼야 하고 재원도 필요하다”며 “그런 고민을 하는 당국을 비난하고 업계에 대한 거친 언사를 사용하는 건 ‘나는 달려가는데 왜 못 따라오느냐’는 상당히 무례하고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혁신 사업자들이 오만하게 행동하면 사회의 혁신 동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이 발언이 보도되자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분(최 위원장)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 어찌 되었든 새겨듣겠다”라고 비꼬아 말했다. 최 위원장이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정치권의 표밭인 택시업계를 옹호한 것 아니냐는 뉘앙스다. 이 대표는 이 포스팅의 댓글에 대한 답글에서도 “나는 개인택시 업계를 도울 방법을 정부가 찾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주관 부서도 아닌 부서의 장관이 시민에게 무례, 오만, 이기적이라는 말을 하는 것은 너무 불쾌하다”고 반박했다.
최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이 대표가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주고받은 일련의 논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2월 홍 부총리가 공유경제 활성화에 대해 “우선 이해당사자 간의 타협이 필요하다”고 발언하자 이 대표는 “어느 시대의 부총리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후 홍 부총리가 기재부 내 혁신성장본부 민간본부장이었던 이 대표를 겨냥해 “본인 의지만 있었다면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하자 이 대표는 “부총리 본인 의지만 있다면 혁신성장을 더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관가에서는 최 위원장이 이 대표와의 논쟁에 ‘참전’한 것을 두고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쏘카 문제는 국토교통부 소관 업무다. 최 위원장은 이날 기자가 질문하지도 않았는데 본인이 미리 준비한 듯 적극적으로 발언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 평소에 혁신이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잘 살피며 정책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이찬진 ‘한글과컴퓨터’ 창업자는 이 대표 페이스북에 “부총리님을 비판하면 ‘상당히 무례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거군요”라고 이 대표를 지원사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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