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창업가는 40대까지 중소기업에 근무하다 사업을 시작하는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남성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사중대남’이다. 창업 기업들의 평균 종사자 수는 3.2명,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억9500만 원, 4300만 원이었다.
23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발표한 ‘2018년 창업 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0∼2016년 국내에서 설립된 기업은 총 203만987개(개인사업자 포함)였다. 정부는 이 가운데 전국의 8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9∼12월 조사했다.
창업가의 대부분은 사회에서 일정 기간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었다. 40대 이상의 중장년 창업가가 84.3%였다. 전체 연령 가운데 50대가 33.5%로 가장 많았고, 40대(32.9%)가 뒤를 이었다. 창업가의 60.4%가 창업 직전에 기업에서 일했는데 대부분(65.2%)이 중소기업 근로자였다. 이들은 132.4개월을 근무하고 10개월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쳐 3억2900만 원을 가지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학력별로 보면 전문대 졸업 이상이 53.1%였고 이 중 대졸 이상은 44.1%였다. 창업가 가운데 남성이 61.2%였다. 평균 1.5회의 창업 경험이 있었다.
업종별로 매출의 편차는 컸다. 평균적으로 가장 많은 매출액을 올리는 분야는 금융보험업으로 2016년 매출이 기업당 24억9037만 원에 이르렀다. 컴퓨터나 자동차 등을 수리하는 개인서비스업은 같은 해 평균 매출이 2290만 원에 그쳤다. 개인서비스업의 평균 매출이 금융보험업의 9.1%에 불과한 것이다. 영업이익도 전기·가스·수도 분야의 기업은 평균 1억2892만 원을 올리는 데 비해 예술·스포츠 등 분야는 2128만 원으로 가장 낮았다.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는 ‘생계형 창업’이 여전히 국내 창업 시장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도매·소매업(26.5%), 숙박·음식점업(25.8%) 등이 가장 많고 제조업(9.8%)은 비교적 적었다.
창업가들이 피부로 느낀 정부의 창업 지원이 별로 없었던 점은 문제였다. 중기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정부의 창업지원사업은 1조1180억 원에 이른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정부의 창업지원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는 기업은 17.5%에 그쳤다. 창업가들의 43.6%는 지원하지 않은 이유로 “창업지원사업을 알지 못했다”를 꼽았다. 자격 요건이 까다롭고, 선정되는 기준도 높아 포기한 비율도 23.1%에 이르렀다.
정부에서 창업 자금을 지원받은 사람의 만족도도 5점 만점에 3.6점으로 조사됐다. 정책 자금에 대한 만족도가 3.5점으로 가장 낮았다. 서울 성동구에서 돈가스집을 하는 성규선 씨(55·여)는 “2010년에 재창업을 했는데, 기존 대출 때문에 신용등급이 떨어져 정부 지원을 받을 수가 없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창업 기업 중 혁신형 기업으로 인증받은 곳이 전체의 1%에 못 미치고, 연구 인력이나 조직을 갖춘 곳도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이노비즈(기술혁신형), 메인비즈(경영혁신형) 등 혁신형 중소기업 인증을 받은 곳이 0.99%에 그쳤다. 95.5%가 연구개발 전담 부서나 연구개발 인력을 전혀 보유하지 않았다. 김진수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음식점 등 생계형 창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라며 “이들에 대한 혁신형 창업 교육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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