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조합원들이 또다시 경찰을 무차별 폭행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민노총 금속노조 소속 현대중공업 노조와 대우조선해양 노조 조합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 진입을 시도하면서 이를 막던 경찰관들을 끌고 가 20여 분간 폭행을 가했다. 경찰관 2명은 이가 부러지고 10여 명은 손목 골절과 입술이 터지는 등 부상을 입었다.
조합원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한 한 경찰 간부는 “막으려고 손을 뻗다 노조원 몸에라도 닿으면 ‘경찰도 때렸다’고 우길 테고, 그러면 징계를 받을 수 있어 그냥 맞았다”고 했다. 이 간부는 국민이 ‘무력한 경찰’이라고 생각할까 부끄러워 부상 신고도 안 하고, 가족들이 알까 봐 집에도 못 간 채 어제 열린 청와대 앞 민노총 집회에 다시 출동했다고 한다.
민노총이 국회 담장을 부수고 경찰에 폭력을 행사한 게 지난달 3일이다. 반성은커녕 경찰 소환에 불응하고, 경찰서를 배경으로 승리의 V를 표시하며 공권력을 비웃더니 한 달여 만에 또 같은 일을 저지른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민노총 조합원들의 대검찰청 점거 등 불법·폭력 행위가 난무하자 “더 이상 법질서 파괴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말뿐 그 뒤로도 엄정한 법 집행은 없었다. 이번 경찰관 폭행도 12명을 입건했지만 하루도 안 돼 10명을 석방했다. 25명을 연행했다 하루 만에 모두 풀어준 지난달 3일 국회 앞 폭력집회 처리와 똑같다.
민노총의 폭력사태는 이처럼 원칙도, 법질서의 권위도 포기한 당국의 무력한 대응이 자초한 면이 크다. 그제 경찰은 ‘대림동 여경’ 논란과 관련해 공무집행 방해와 관련한 새로운 물리력 행사 기준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취객이나 시위대가 공권력과 법질서를 업신여기는 풍토를 바꾸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현장 경찰들은 소위 ‘인내 진압’ 기조 때문에 시위대에 공격당해도 차라리 맞는 게 낫다고 토로한다. 그 대신 타박상에 바르는 ‘호랑이 연고’를 항상 지닌다니 그 참담함에 말이 안 나온다. 누가 우리 경찰을 이렇게 만들었나. 민주국가 가운데 공권력이 이렇게 무시당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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