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며 체벌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하지만 이런 훈육을 위한 체벌도 법으로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3일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며 불합리한 체벌이 더 이상 부모의 법적 권리가 아니라고 선언했다.
부모 입장에선 ‘내 아이를 교육하기 위해 때리는데 그게 죄라고?’라며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게 바로 정부의 의도다. 부모 스스로 합리적 훈육이 어디까지인지 고민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 아동학대 가해자의 상당수는 부모
2013년 10월 이서현 양(당시 8세)이 계모의 구타로 갈비뼈 16개가 부러져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이듬해 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돼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하거나 크게 다치게 한 사람을 가중 처벌한다. 하지만 민법상 부모의 아동 ‘징계권’ 조항은 1958년 민법이 제정된 이래 한 글자도 바뀌지 않았다.
‘사랑의 매’로 포장된 가정 내 학대는 광범위하고 상습적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자녀를 학대해 신고된 부모는 2013년 5454명에서 2017년 1만7177명으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2017년 두 차례 이상 신고된 ‘재학대’ 사례 2160건 중 2053건(95%)을 부모가 저질렀다.
아동에 대한 친권자의 징계권을 명문화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 외에 찾기 힘들다. 스웨덴 등 54개국은 아동 체벌을 법으로 명확히 금지하고 있다. 일본도 예의범절을 가르친다면서 체벌하는 ‘시쓰케(仕付) 문화’로 아동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가정 내 체벌 금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1년 한국 정부에 체벌 금지 법안을 만들라고 촉구했다. 이에 정부는 59년 만에 민법 조항을 개정해 부모라도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자식을 체벌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 ‘합리적 체벌’ 기준은 논란
부모의 체벌로 아동이 다치거나 숨지면 부모는 직계존속 폭행죄(5년 이하 징역이나 700만 원 이하의 벌금)나 아동학대치사죄(무기 혹은 5년 이상의 징역)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때 ‘합리적인 체벌’이었느냐가 쟁점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합리적 체벌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참 어려운 대목”이라며 “사회통념상 어디까지 체벌을 허용할 수 있느냐가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2014년 발표한 ‘아동학대 관련 공동업무 수행지침’에 따르면 훈육의 합리성을 판단할 때 △훈육자가 평정심을 유지했는지 △아동의 실수가 아닌 잘못을 교정하려 한 것인지 △도구를 사용했는지 △상처가 났는지 등이 기준이다. 경기도교육청은 2010년 제정한 학생인권조례 해설서에서 “직접적인 신체적 고통을 주지 않아도 언어적 폭력이나 협박, 위협 등을 가하는 행위도 체벌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 아이 받은 병원이 출생 통보
이날 정부가 내놓은 아동정책에는 아이를 분만한 병원이 지방자치단체에 출생 사실을 통보하도록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을 추진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불법체류 이주여성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앞서 본보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투명인간’으로 살다 숨진 하은이의 사연(사진)을 소개했다. 문제는 이렇게 하면 출산을 숨기려는 임산부가 병원이 아닌 곳에서 출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부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상담 등 엄격한 과정을 거친 경우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를 병행할 방침이다.
지난해 아동 실태조사에서 청소년기 평균 친구 수는 5.4명으로, 2013년 조사(7.8명)보다 크게 줄었다. 정부는 이런 ‘관계 결핍’이 놀 시간과 공간이 부족해서라고 보고 내년에 시군구 20곳을 ‘놀이혁신 선도지역’으로 선정해 혁신놀이터 설치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2022년까지 초등학교 저학년 교육과정에 놀이시간을 포함할 계획이다.
현재 생후 4개월에 처음 받는 영아 건강검진은 생후 4∼6주로 앞당겨진다. 우울증이나 알코올중독 탓에 아이를 혼자 돌보기 어려운 고위험 임산부는 아이가 만 2세가 될 때까지 간호사가 집으로 방문해 임산부와 아이를 관리해준다. 가족의 자살을 경험한 아동과 청소년에겐 심리 상담과 학자금을 지원하는 시범사업도 연내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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