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폭력근절 등 아동정책 발표… “민법 친권자 징계권서 체벌 제외”
“예외-합리적 체벌 허용” 범위 논란
‘사랑의 매’는 더 이상 인정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법무부, 교육부 등은 23일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고 현행 민법상 친권자의 권리인 ‘징계권’에서 체벌을 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학교와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아동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현행 아동복지법에는 이미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해선 안 된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반면 민법상 징계권은 ‘보호 혹은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로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부모가 학대에 해당하는 폭력을 훈육 수단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신고가 접수된 아동학대 사건 가해자 중 76.8%가 부모였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동학대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은 강해졌지만 가정 내 체벌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대한 편”이라며 “당연히 체벌도 가능하다는 인식을 바로잡고,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에 합리적인 범위에서만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예외적이고 합리적인 체벌’의 범위를 두고는 논란이 예상된다. 복지부가 2017년 12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체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8.3%로 우세했다. 법무부는 내년 말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해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체벌의 범위를 담은 민법 개정안을 만들 계획이다.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부부나 연인 사이에선 ‘사랑하기 때문에 때린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데, 여전히 아동에게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이번 대책은 시대 변화를 명확히 보여주자는 취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그림자 아이’로 사는 아동이 없도록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고 △초등학교 저학년 교육과정에 놀이시간을 포함하며 △영아의 생애 첫 건강검진을 생후 4개월에서 1개월로 앞당기는 내용의 대책을 함께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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