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논란 4년 만에 활동 재개한 신경숙 “한순간의 방심… 누추해진 책상 지킬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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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여름호에 중편소설 발표

“젊은 날 한순간의 방심으로 제 글쓰기에 중대한 실수가 발생했고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한 채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저의 작가로서의 알량한 자부심이 그걸 인정하는 것을 더디게 만들었습니다.”

표절 파문으로 칩거하던 신경숙 소설가(56·사진)가 4년 만에 활동을 재개하면서 독자들에게 심경을 전했다. 신 작가는 23일 발간된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중편소설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를 발표하며 따로 소회를 밝혔다.

‘작품을 발표하며’라는 글에서 그는 “4년 동안 줄곧 걱정을 끼쳐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혼잣말을 해왔다”며 “한 사람의 작가로서 좋은 글을 쓰게 하는 대상이 되지 못하고 비판의 글을 쓰게 하는 대상으로 혼란과 고통을 드린 것은 모두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후의 시간이 저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저도 모르지만 저는 읽고 쓰는 인간으로 살며 제 누추해진 책상을 지킬 것이다.…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니 차근차근 글을 쓰고 또 써서 저에게 주어진 과분한 기대와 관심, 많은 실망과 염려에 대한 빚을 조금씩 갚아 나가겠다”며 활동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2015년 6월 단편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활동을 중단했다. 이 사건은 문단의 권력 문제를 건드리며 파장을 일으켰다.

‘배에 실린…’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허수경 시인을 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품에서 화자는 ‘모든 땅이 균열을 일으키며 흔들릴 때 절벽에 서서 저 아래 묶여 있는 배를 내려다본 적이 있다.…그것은 마치 한 걸음만 옮기면 내가 쉴 수 있다고 고통과 불면의 밤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유혹하는 것만 같았다’ 등 칩거 기간에 느낀 심경을 암시하는 내용이 곳곳에 녹아 있다.

작품은 ‘신은 늘 굶주려 있는 것 같아, 잡아먹힌다 해도 앞으로 나아갈게’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신경숙 표절 논란#신경숙 작가#활동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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