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WHO “게임중독은 질병”… 게임문화 건강해야 산업도 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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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25일 열린 총회에서 게임중독을 질병(게임이용 장애)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2025∼2026년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이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유병률 같은 통계의 국제 비교가 가능해지고 예방 및 치료에 대한 연구가 축적돼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게임업계는 “WHO가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질병으로 분류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알코올이나 마약처럼 취급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이를 빌미로 가뜩이나 촘촘한 정부의 규제가 더 강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만 16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셧다운제’가 도입된 2011년 게임산업이 마이너스 성장했던 전례도 있다. 게임중독의 질병 규정에 따라 2023년부터 3년간 국내 게임시장이 10조 원가량 위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게임의 사행성·폭력성으로 인한 폐해를 수없이 목격해 왔다. 특히 뇌가 성숙하지 않은 어린이·청소년을 게임 소비자로만 볼 경우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국내 게임이 유독 중독성이 높다는 지적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게임 속 아이템 구매에 사행성을 가미한 확률형 아이템 게임의 경우 도박과의 경계가 모호하다. 게임업계 역시 미래 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자정 노력을 통해 건강한 게임 생태계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게임업계에 대한 불신이 정부의 규제를 초래한 측면도 있다.

정부도 게임 자체에 겹겹이 규제를 입혀 중독을 막겠다는 단선적인 정책보다 청소년이 쉽게 게임중독에 빠질 수밖에 없는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 청소년의 게임중독은 가족구조 변화에 따른 가정 내 돌봄 공백, 과도한 학업 부담, 자투리 시간 이외의 놀이시간 부족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게임중독 예방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학교와 가정에서 게임중독의 위험성을 효과적으로 가르쳐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게임중독 예방 노력에 소홀한 채 게임 자체만 규제하려 하다가는 초가삼간만 태우고 빈대는 잡지 못한다.
#who#게임중독은 질병#게임이용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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