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내 맘은 이게 아닌데”… 후회한 적 있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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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와 함께 노래방에 가면 즐겨 부르는 노래가 있다. 밴드 ‘뜨거운 감자’의 ‘고백’이다. 이 곡에서 특히 좋아하는 부분은 ‘이게 아닌데, 내 맘은 이게 아닌데∼’라는 중독성 강한 후렴구다. 노래 가사처럼 우리는 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후회할 때가 많다. 순간의 욱한 감정에 무모한 행동을 하거나 상대방 마음에 상처를 준 뒤 돌아서서 자신도 모르게 이 말을 내뱉는다. ‘이게 아닌데, 내 맘은 이게 아닌데∼’라고.

이처럼 우리가 마음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은 뇌와 관련된 문제다. 특히 뇌의 여러 부위 중 감정 조절과 인지 제어를 담당하는 전전두엽과 직결돼 있다. 의사소통 과정에서 속마음과 다른 말이나 행동으로 후회한 적이 있다면 우리의 생각과 의식, 감정을 유지하고 실행하도록 하는 전전두엽의 기능을 잘 이해해 이를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것이다. 즉, 상대방에게서 부정적이거나 공격적인 말을 들었을 때 무조건 반사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의식적으로 반응을 선택해 행동하는 것이다. 가령 대화 중 자신을 무시하는 말을 들었다면 짜증을 내며 절제되지 않은 말을 내뱉는 등의 즉각적 행동을 자제하고, 잠시 시간을 갖고 의식적으로 반응을 선택한 뒤 행동하라는 말이다. 그래야 충동적인 감정 조절이 잘 이뤄질 수 있다.

물론 이런 노력이 쉽지는 않다. 효과적인 감정 조절을 위해 두 번째 노하우가 필요한 이유다. 바로 부정적인 감정을 구체적 단어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늪과 같아서 한 번 빠지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들다. 늪에서 빠져나오려고 힘을 주면 더 빠지는 것처럼, 감정도 벗어나려고 할수록 더욱더 큰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이건 슬픔이야” “이건 불안이야” “이건 분노야” 하는 식으로 부정적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면 실제 감정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세 번째 팁은 상대방과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는 크게 두 단계로 나눠 진행할 수 있다. 먼저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해보고, 그 다음 현재 나와 상대방이 대화하는 장면을 누군가 보고 있다고 상상하며 제3자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다.

예컨대 다른 사람들은 일이 많아 야근을 준비하는데 자신은 일을 마쳤다며 정시에 퇴근하겠다는 후배와 대화한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선배인 자신의 입장에서만 후배를 바라본다면 ‘아니, 아직 일이 남아 퇴근 못 하는 동료도 많은데 조금만 기다려주지, 너무 이기적이군!’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면 부정적 감정이 점점 커지면서 시야가 좁아지기 쉽고, 급기야 후배에게 화를 내거나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면서 대화는 엉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원래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보면 어떨까. 우선 후배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일도 없이 억지로 남아있는 것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 스트레스를 풀어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것이 결국 팀에도 도움이 되는 길인 것 같다. 만약 이렇게 후배를 바라본다면 처음과 같은 부정적 감정은 줄어들 수 있고 시야도 넓어질 것이다.

이후 제3자의 시선으로 후배와 대화하는 자신을 바라보자. 외부자가 보기엔 후배를 이기적으로 여기는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생각될까? ‘저 사람은 후배가 퇴근하는 행동 한 가지만 보고 너무 확대 해석하고 있군. 사실도 아니고 근거 없는 추측에 기대서 말이야. 게다가 후배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고 혼자서만 일방적으로 말하고 있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이렇게 제3자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면 자신이 지금 어떤 반응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기 수월하다. 그만큼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기도 쉬워진다.

발생학적으로 볼 때 뇌도 몸의 일부다. 따라서 전전두엽을 키우는 과정은 몸의 근육을 키우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의식적으로 전전두엽에 자극을 주고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생각하기 싫거나 피곤하다고 무의식적인 감정에 따라 반응하다 보면 전전두엽은 점점 녹슬고 쇠약해지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이게 아닌데, 내 맘은 이게 아닌데∼’라는 말을 또다시 읊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수민 SM&J PARTNERS 대표 sumin@smnjpartners.com
#뇌#전전두엽#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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