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기생충’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영화 4편 함께한 ‘페르소나’에 찬사… “시나리오 쓰면서 가장 먼저 떠올려”
봉준호 감독은 칸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황금종려상 수상자로 선정된 후 포토콜 행사에서 주연 배우 송강호에게 무릎을 꿇은 채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바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는 수상자 호명 직후에도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동반자인 송강호 님의 멘트를 꼭 듣고 싶다”며 스포트라이트를 함께 나눴다. 그의 소개를 받은 송 씨는 숨을 한 차례 가다듬고 “인내심과 슬기로움, 열정을 가르쳐준 존경하는 대한민국 모든 배우들께 영광을 바친다”고 인사했다.
‘살인의 추억’(2003년)부터 4편의 영화를 함께한 송 씨는 명실상부한 봉 감독의 페르소나다. 봉 감독은 ‘기생충’의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송 씨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고 말했다. 반지하에 살면서 경제력이 전무한 기택은 빈틈이 많아 보이지만 “연체동물” 같은 적응력을 지닌 인물. 특유의 표정과 말투로 소시민 연기에 능한 송 씨가 최적이었다. 송 씨는 “‘살인의 추억’ 시나리오를 받아 봤을 때 느낌과 비슷했다. 한국 영화의 진화라 할 만하다”고 단언했다. 봉 감독은 “배우 송강호는 정신적으로도 의지가 되는 존재다. 영화 전체의 흐름을 규정하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0년대 무명 시절 오디션에 탈락한 송 씨에게 조감독이던 봉 감독이 위로를 해주면서 시작됐다. 그 고마움에 송 씨는 ‘반칙왕’(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로 유명해졌을 때에도 ‘플란다스의 개’(2000년)로 첫 영화 흥행에 실패한 봉 감독의 출연 요청을 단번에 받아들였다고 한다.
봉 감독은 캐릭터에 대한 송 씨의 해석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작품에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살인의 추억’에서 “밥은 먹고 다니냐”는 송 씨의 애드리브는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 이후 송 씨는 ‘괴물’(2006년)에서 가족을 이끌고 괴물과 싸우는 장남 박강두를, 첫 할리우드 진출작 ‘설국열차’(2013년)에서 남궁민수를 연기하며 봉 감독이 깔아놓은 판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해 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