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에는 섀스타(미국), 나폴리나스(영국)와 함께 세계 3대 광천수(鑛泉水)로 꼽히는 ‘초정약수’가 있다. 지하 100m 석회암층에서 솟아난 초정탄산수에 몸을 담그면 몇 분 만에 온몸에 탄산 기포가 잔뜩 달라붙었다가 떨어지면서 특유의 청량감이 느껴진다.
이 초정약수를 주제로 한 축제가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초정리 초정문화공원 일원에서 펼쳐진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이곳에 행궁(行宮·임금이 궁궐 밖으로 행차할 때 임시로 머물던 별궁)을 짓고 눈병을 치료했다는 기록을 바탕으로 한 행사이다.
○ 세종대왕 어가행렬 재현
청주시가 주최하고 청주문화원이 주관하는 올해 축제의 주제는 ‘세종, 행궁에 들다’로 정해졌다. 성군(聖君)인 세종대왕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축제와 엮어 교훈과 즐거움이 있는 전국 단위 문화관광축제로 만들기 위해서다.
첫날에는 개막행사인 ‘왕과 함께 얼쑤 좋다!’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예술공연과 마당기획공연, 영천제 등이 열린다. 행사의 최고 볼거리인 ‘어가(御駕) 행렬’은 6월 1일 축제장과 청주시내 일원에서 진행된다. 역사적 고증을 통해 세종대왕의 행차 당시 모습을 축제를 찾은 관광객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준비됐다. 세종대왕의 거둥(왕의 행차를 높여 부르는 말)을 환영하는 취타대의 연주와 남사당패 어울마당, 부채춤 공연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 조선시대 저잣거리를 재현해 놓고 다양한 즐길거리를 선보이는 ‘조선유람’, 지역 연극인들과 대학생들이 함께 마련한 ‘조선인 상황극’, 행궁과 약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마당’ 등이 열린다. 청주시는 행사장을 찾는 관광객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행사 기간 낮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순환버스를 운행한다. 출발지는 청주체육관, 청주시외버스터미널, 청주문화원 등 3곳이다.
○ 세종대왕 행궁 복원 내년 1월 개방
축제장에서는 올해 말 완공해 내년부터 개방 예정인 초정행궁을 가상현실 체험으로 미리 만나볼 수 있다. 지난해 3월 공사에 들어간 초정행궁은 3만8006m²의 부지에 연면적 2055m² 규모로 재현될 예정이다. 진입, 행궁, 숙박, 공원 등 4개 영역으로 나눠 조성된다. 총사업비는 155억 원이다.
진입 영역에는 광장과 안내센터, 어가를 전시하는 사복청, 무기를 전시하는 사장청이 조성된다. 행궁 영역에는 야외 족욕 체험을 할 수 있는 원탕 행각과 탕실, 침전, 편전, 왕자 방, 수라간, 전통 찻집, 집현전이 들어선다. 숙박 영역에는 전통 한옥 6동 12실을 지어 관람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공원 영역은 산책로와 연못, 축제공간으로 구성된다.
청주시는 행궁이 조성되면 초정약수축제와 행궁의 문화적 콘텐츠를 연계해 청주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초정행궁이 청주권 대표 문화자원이자 문화공간, 문화관광 프로그램을 갖춘 곳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왕(王)도 반한 초정약수
동국여지승람과 조선왕조실록 등에 따르면 세종대왕은 세종 26년(1444년) 2차례에 걸쳐 초정약수 인근에 행궁을 짓고 머물며 눈병을 치료했다. 세조 역시 이곳 약수로 피부병을 고쳤다고 전해진다. 초정에는 세종 이외에도 많은 역사적 인물이 다녀갔다. 세종이 행차할 때 집현전 학자인 신숙주, 최항, 황수신, 이사철, 이개 등이 동행했다. 조선 후기에는 실학자 이규경이 다녀갔다.
또 일제강점기인 1932년 8월 초정약수를 찾은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1894∼1970)은 동아일보에 ‘한글순례, 청주에서’라는 특별 기고를 2회 게재했다. 선생은 기고문에서 “세숫대야에 약수를 부어 두 눈을 씻으니 세종대왕으로부터 세례를 받은 느낌”이라며 “세종께서 병환이었지만 초정으로 오셔서 오직 훈민정음 제작에만 몰두하셨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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