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토스 모두 탈락 후폭풍… 3분기 재선정도 산 넘어 산
카카오 등 선두주자 시장 선점, 은행들도 공격적 디지털 변신
네이버 등 대어들 도전 꺼려… 혁신-안정 다 갖춘 후보 힘들어
“대주주 기준 등 규제 완화 필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의 뒤를 잇는 새로운 ‘메기’ 탄생이 불발된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규제 체제나 시장 상황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인터넷은행업에 뛰어들 요인이 마땅치 않고, 현재 인터넷은행도 고전하고 있는 마당에 추가 인가가 필요한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시간을 두고 제3의 인터넷은행을 재추진한다고 했지만 혁신성과 안정성을 두루 갖춘 새로운 주자가 등장하긴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ICT 대어들의 불참으로 초반부터 김이 샜던 인터넷은행 인가 레이스는 26일 결국 ‘키움뱅크 컨소시엄’과 ‘토스뱅크 컨소시엄’ 전원 탈락으로 일단락됐다. 당황한 금융위원회는 “탈락한 키움과 토스가 재도전할 수 있고 새로운 사업자의 신청도 가능하다”며 올 3분기(7∼9월)에 다시 예비인가 신청을 받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3분기라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겠느냐”는 반응이 새어나온다. 이미 불참을 선언한 네이버, 인터파크 등 유명 ICT 기업들이 굳이 다시 레이스에 뛰어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결국 낙방한 키움과 토스가 재도전을 하는 쪽으로 하반기 인가 심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아직 키움과 토스 모두 재도전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사실상 ‘보완 주문’을 내린 만큼 이들이 컨소시엄을 정비해 다시 인가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혁신성에서 점수를 잃은 키움은 스타트업 등 혁신적인 파트너를 끌어들이는 데, 안정성에서 박한 평가를 받은 토스는 자금력 있는 금융회사와 손을 잡는 데 각각 주력할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네이버 등 ICT ‘대어’들이 인가 레이스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로 카카오 등 선두주자가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후발주자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든다. 게다가 시중은행이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며 공격적으로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내놓고 있어 인터넷은행만의 차별점을 부각시키기도 여의치 않다. 이미 공인인증서 없는 송금 서비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산관리 등 시중은행들의 모바일뱅킹 서비스 수준이 인터넷은행 못지않다는 것이다.
인터넷은행이 다시 흥행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을 통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최근 3년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경우엔 한도 초과(지분 10% 이상) 보유 주주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의 KT, 카카오뱅크의 카카오는 여전히 두 은행의 대주주가 되지 못하고 있다. 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최근 학술대회에서 “우리가 인터넷은행 특별법을 좀 더 제대로 만들었어야 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24일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터넷은행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및 리스크는 아직까지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지방은행보다 작은 수준”이라며 “이에 맞춰 인터넷은행에 대한 규제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