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검증 없이 질병으로 분류… 국내 적용하려면 사회적 합의 필요”
복지부 “WHO 회원국은 준수해야”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새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을 국내에 도입하는 데 공식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27일 밝혔다. 이는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하기로 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결정을 받아들여 국내에 도입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입장과 상반돼 논란이 예상된다.
문체부는 WHO의 이번 결정은 과학적 검증 없이 내려진 것이어서 WHO에 추가로 이의를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콘텐츠 제작 촉진을 담당하는 부처인 문체부는 지난달 게임중독을 질병코드화하는 데 반대한다는 공식 의견서를 WHO에 전달했다. 문체부는 2022년 WHO 권고가 발효되더라도 권고일 뿐이어서 국내에 적용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ICD를 국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통계청의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체계(KCD)’를 개정해야 한다.
복지부는 국제적으로 게임중독을 신종 질병으로 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에서 문체부가 반대하는 게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WHO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을 어떻게 반대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비록 권고안이지만 WHO의 질병분류 기준은 회원국이 준수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복지부가 다음 달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게임중독의 질병코드 등재를 위한 후속 조치를 마련하는 데도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협의체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국내에 적용하는 데 진통이 없도록 구체적인 논의를 하는 자리”라며 “각 부처와 업계 등 당사자들의 의견을 조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문체부는 국무조정실이나 통계청이 중재하는 객관적인 협의체가 구성되면 이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필요할 경우 과학적 검증을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할 의사도 있다고 밝혔다. 또 건전한 게임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정책도 수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9일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게임업계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게임 과이용에 대한 진단이나 원인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게임 이용자 패널 조사 결과를 보면 게임 과몰입을 야기하는 가장 주된 요인은 게임 자체가 아니라 학업 스트레스 등 사회·심리적 환경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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