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세계적 거장이 된 봉준호 감독

한국 영화 100년이 되는 올해 프랑스 칸에서 낭보가 들려왔습니다. 봉준호 감독(사진)의 영화 ‘기생충’이 25일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칸 영화제는 베를린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와 더불어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힙니다.

한국 영화사상 황금종려상을 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것도 심사위원 만장일치 결정이었습니다. ‘기생충’은 이미 192개국에 선판매돼 흥행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칸 영화제 본상 수상은 2010년 이창동 감독이 ‘시’로 각본상을 받은 지 9년 만입니다. 우리 영화가 3대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을 탄 것은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것이 유일합니다.

‘기생충’은 가족 모두가 백수인 기택네의 장남 기우가 박사장네 고액 과외 선생이 되며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다룬 블랙코미디입니다.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통해 사회 구조적 모순인 ‘양극화’ 문제를 그려낸 영화입니다. 학력을 위조하는 속임수와 비굴함을 무릅쓰고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간의 모습을 유머 코드에 담아 녹여냈습니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기생충’에 대해 “재미있고 유머러스하며 따뜻한 영화”라고 평했습니다. 프랑스 일간지 ‘파리 마치’는 “사회 풍자에서 블랙코미디로, 블랙코미디에서 공포영화로, 공포영화에서 재난영화로 넘어가는 모든 과정을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하게 제어하고 있다”며 장르적 독창성을 높이 평했습니다.

봉 감독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봉준호 자체가 장르’라고 한 외신의 평가였다고 합니다. 봉 감독은 2006년 ‘괴물’로 감독주간에 초청되면서 칸 영화제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 후 영화 ‘도쿄!’(2008년)와 ‘마더’(2009년)가 각각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습니다. 2017년에는 넷플릭스에서 투자한 영화 ‘옥자’(2017년)로 경쟁부문에 올랐고, 이번에 ‘기생충’으로 두 번째 경쟁부문에 진출해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이번 수상으로 우리 영화 산업이 한류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2003년)으로 유명세를 탄 후 판타지 재난 영화 ‘괴물’로 1000만 관객을 넘어섰습니다. 이후 ‘설국열차’(2013년), ‘옥자’ 등 블록버스터 영화로 빈부격차와 양극화 문제에 대한 성찰적 시선을 보여줬습니다. ‘기생충’을 통해 봉 감독은 신자유주의 물결이 휩쓸고 간 개인과 가족의 삶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봉 감독은 또 ‘기생충’을 촬영하면서 주 52시간 노동을 준수했다고 합니다. 평소 양극화 문제를 고민한 봉 감독의 고뇌가 느껴집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