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세 린드(45)만큼 한국 드라마 주제가를 단골로 부르는 외국 가수는 없다. ‘도깨비’에 들어간 ‘Hush’는 국내 음원차트 1위까지 했다. 한국 드라마 음악감독은 곡을 만들면 스웨덴 스톡홀름의 린드에게 보내 가창을 부탁하곤 한다. 사랑의 열병을 앓는 소년 같은 린드의 목소리는 솜사탕처럼 몽글몽글한 감촉으로 한국식 멜로 영상과 어우러진다.
7년 만에 한국을 찾은 린드를 27일 서울에서 만났다. 린드는 “한국 분들이 왜 내 목소리를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내 목소리가 좀 독특하기는 하다”면서 멋쩍게 웃었다.
한국 음악가들 사이에 린드는 한때 ‘신촌 자취생’으로 통했다. 한국의 매력에 빠져 2009년부터 1년간 서울 마포구에서 자취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한국 생활기를 담은 ‘라쎄 린드의 할로, 서울’(이슈·1만5000원)도 발간했다.
불닭과 만두를 먹고 자전거로 신촌을 종횡하던 그는 어느 날 홀연히 귀국하더니 발길을 뚝 끊었다. e메일이나 국제전화를 통해 이따금 드라마 일만 할 뿐이었다. 서울에 서운한 일이라도 있었을까.
“갑작스레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루게릭병)이 발병한 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서였어요. 2년간 어머니를 간호하며 자주 통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불러드렸어요. 제 노래를 정말 좋아해주셨거든요.”
2013년 끝내 모친이 별세하자 그는 사실상 ‘절필’을 선언했다. 린드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기타를 들 정신적 힘을 잃었다”고 털어놨다. 2014년 결혼한 아내 나탈리와 친구들의 도움 속에 그는 행복해지는 법부터 천천히 새로 체득했다. 지난해 가을, 그는 마침내 한국 음반사에 e메일 한 통을 보냈다. ‘다시 음악을 하고 싶어졌어요.’
7년 만의 앨범 ‘Demons in a Locket’을 그는 27일, 자신의 목소리를 지치지 않고 사랑해준 나라, 한국에서 처음 발매했다.
‘다이내믹 코리아’에 빠졌던 그가 요즘 추구하는 것은 조용한 삶이다. “스톡홀름에서 차로 2시간쯤 떨어진 한적한 마을에서 1930년대에 건축된 낡은 집을 개조해 삽니다.”
다음 달 1일 서울 용산구에서 7년 만의 한국 공연을 연다. 주한 스웨덴대사관 선정 ‘한국-스웨덴 수교 60주년 특별 공연’이다. 다음 달 5일 용산구에서 열리는 스웨덴 국경일 기념행사에도 초대 가수로 선다. ‘도깨비’를 보고 그를 처음 알게 된 젊은 팬이 많아졌다. 제2의 음악 인생, 그 서막이 도깨비처럼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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