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식업중앙회장이 그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선거 때 민주당을 도운 대가로 총선에서 비례대표 배정을 요구했다. 외식업 회장은 “지난 대선 때 20만 진성당원을 만들어서 국회에서 기자회견도 하고, 일간지에 1억 원을 들여서 지지 성명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인 권선택 전 대전시장 선거운동을 도왔고, 4·3 통영-고성 보궐선거 때도 민주당 지지운동을 했다고 공개했다. 이 대표가 비공개 간담회에서 “비례대표 공천은 있을 수 없다”라고 수습에 나섰지만 비례대표 공천이라는 청구서를 내민 것은 선거 때 보상 약속이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각종 직능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지지 대가로 비례대표 공천을 대놓고 요구하는 것은 도를 넘는 행위다. 일부 단체들은 소속 회원 수를 부풀리면서 표에 목을 매는 정치인들을 압박해왔다. 이 과정에서 온갖 불법·탈법 행위가 벌어져 왔다.
외식업 회장은 현 정부 출범 후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는 소상공인 집회 때 민주당의 요청으로 참가 인원수를 줄인 일을 전공(戰功)을 세운 것처럼 과시하기도 했다. 이어 “우리를 앞세워서 필요할 땐 부르고 그렇지 않을 땐 나 몰라라 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민주당을 성토했다. 현 정권 출범 후 여권이 민감해하는 집회와 관련해서도 이면에서 거래가 오간 정황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이 모르쇠로 버틸 일이 아니다. 관련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외식업 회장에게 지원 대가로 무슨 약속을 했는지, 최저임금 집회와 관련해 협조 요청을 했는지, 다른 직능단체에도 유사한 협조 요청을 했는지 등 진상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중단 없는 적폐청산을 내걸고 있는 여권은 먼저 이런 구태정치를 청산해야 한다. 현 정부 초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최근 소셜미디어에 “욕심만 가득 담긴 청탁에 토할 것만 같다”고 토로한 걸 보면 정치권 주변에 여전히 부정한 청탁과 민원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공직선거법 87조는 각종 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대상에는 향우회 종친회 동창회 산악회까지 포함된다. 기부행위 제한 규정을 위반했는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선거법 공소시효(6개월)가 지난 일이라며 넘어갈 일이 아니다. 여당이 진실을 낱낱이 밝히지 않으면 직능단체의 대가성 선거지원 논란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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