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47→50위, 재정 22→24위… 정부가 갉아먹은 국가경쟁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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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D “한국 작년보다 한계단 하락 28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제경쟁력 평가 결과 한국은 재정과 기업 규제 등 정부 효율성 분야에서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으로 나랏돈을 풀어도 성장률 제고와 일자리 확대 등 경제의 기초체력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IMD가 내놓은 ‘2019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체 평가 대상 63개국 가운데 한국의 종합순위는 28위로 1년 전보다 한 계단 하락했다. 한국의 경쟁력 순위는 1999년 41위로 바닥을 친 뒤 2011∼2013년 연속 22위까지 올랐지만 이후 정부와 기업 효율이 떨어지며 25∼29위권에 머물고 있다.

○ 태국 말레이시아보다 낮은 국가경쟁력


IMD의 국가경쟁력 평가는 경제성과, 정부효율성, 기업효율성, 인프라 등 크게 4개 분야를 기초로 한다. 4개 분야와 관련된 20개 부문, 235개 세부항목에 대한 순위 평가를 통해 종합순위를 정하는 방식이다. 설문조사는 해당 국가 기업인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올해 한국의 순위는 중국(14위), 말레이시아(22위), 태국(25위)보다 낮다. 한국은 4개 분야 가운데 기업효율성 순위가 34위로 지난해(43위)보다 9계단 뛰었다. 하지만 경제성과(20위→27위), 정부효율성(29위→31위), 인프라(18위→20위) 등 다른 분야에서 모두 하락했다.

‘큰 정부’ 주도의 성장과 분배 정책을 추진하는 한국으로선 정부효율성 분야의 순위가 하락한 것이 특히 뼈아프다. 정부효율성은 주로 재정 및 세제 정책, 규제에 관한 항목을 평가한다. 한국은 창업에 필요한 절차(2위), 창업 시 소요되는 기간(10위) 등의 순위는 높았다. 반면 외국인 고용 정도를 평가한 노동개방성이나 해외 자본의 접근성을 포함한 기업 관련 규제 부문의 순위가 지난해 47위에서 50위로 하락했다. 재정 분야에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규모, 즉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지면서 22위에서 24위로 떨어졌다.

경제성과 분야는 작년 20위에서 올해 27위로 하락했다. 지난해 부진했던 경제 상황이 평가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성장률이 2.7%로 전년(3.1%)보다 둔화했을 뿐 아니라 작년 수출 증가폭도 5.5%로 2017년(15.8%)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취업자 수 증가폭도 지난해 9만7000명에 그치는 등 고용재난이 전반적인 경제성적표를 끌어내렸다.

문제는 올해 경제 지표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장 정부의 성장률 목표(2.6∼2.7%)를 달성할지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수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 기업효율성 9계단 상승, 교육은 5계단 하락

기업효율성 분야의 경우 근로에 대한 동기 부여 항목이 개선(61위→41위)되는 등 노동시장 분야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노동시장만 놓고 보면 2014년 이후 최고인 36위에 올랐다. 기업가정신이나 국민과 기업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대응 능력 등 혁신과 관련된 항목의 순위도 개선됐다.

다만 교육(25위→30위)과 기술 인프라(14위→22위) 등 미래 성장잠재력과 직결된 분야의 순위는 하락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 수 순위가 48위에서 50위로 떨어졌고 여성 학사 학위 이상 취득률도 저조했다. 미세먼지 노출도가 55위, 공해 문제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48위로 나타나는 등 환경 분야와 관련된 순위도 낮았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 규모에 비해 정부효율성의 순위가 낮은 것은 민간의 가능성을 정부가 잠식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정부 재정의 역할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국가경쟁력#재정#기업규제#정부 효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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