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핵실험-각종 쓰레기… 환경문제에 직면한 예술적 상상력
브라질-한국 작가 총 19팀 참가
‘지구상 남은 마지막 한 그루의 나무가 베어지면…우리는 그때야 비로소 돈을 먹고 살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크리족 인디언)
30일 개막하는 일민미술관의 ‘디어 아마존: 인류세 2019’ 전시장 한쪽에 적힌 문구. ‘인류세’란 온실가스 배출, 핵실험 등 인간의 활동이 자연을 큰 폭으로 변화하게 만든 지질시대를 일컫는 말이다. 2000년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이름 붙였고, 최근 기후변화나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 ‘인류세’의 퇴적물 단면이 드러나면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전시 주제가 ‘인류세’인 이유는 이렇다. 이 전시는 브라질 동시대 예술가와 한국 작가, 디자이너 등 총 19팀이 참가했다. 조주현 학예실장은 “비서구권 국가에서 ‘인류세’를 가장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는 곳이 브라질”이라고 설명했다. 또 보통 ‘인류세’는 자연사박물관에서 흔히 다루는 주제지만 인류가 지구에 미칠 영향을 복합적 감각으로 상상하는 예술의 역할도 중요하기에 미술관 전시 주제로 꼽혔다.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20, 30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브라질 예술의 감각과 분위기를 가늠해볼 수 있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나’에 집중한 사적이고 즉물적인 경향이 두드러진다.
귀 퐁데(36)의 설치 작품은 자신의 신체를 ‘사회적 조각’으로 내놓아 눈길을 끈다. 검은 스크린에 구멍을 뚫어 일부 신체 부위만 내놓고, 손가락 끝에는 사슬을 묶은 사진에 헤드셋을 끼면 “나는 (스마트폰) 스크린을 만질 수 없다”는 문구가 흘러나온다. 컵케이크로 몸을 감싼 사진은 “나는 단것을 먹고 욕망을 채운다”는 말이 나오는 식이다. 몸을 활용해 일상 속 감각이나 타인의 시선을 표현한다.
2층에 전시된 중견 작가 작품은 근대화 과정을 직접적으로 다뤄 정치색이 짙게 드러난다. 조나타스 지 안드라지의 설치 작품은 ‘헤시피’ 지역의 도시화 과정을 주제로 한다. 원경에서 봤을 때 발전하는 것처럼 보이는 도시의 모습과 가까이서 봤을 때 괴리감이 느껴지는 일상을 나란히 배열했다. 도시의 겉모습만 서구 모더니즘을 따라 하면 과연 삶도 나아지는지 질문을 던진다.
3층 영상 전시장을 지나 프로젝트룸에 들어서면 숲 속에 온 것 같은 공간이 펼쳐진다. 푹신한 소파와 해먹, 포근한 카펫이 깔린 ‘미술관 속 소풍’을 위한 라운지다. 이곳에서 명상, 요가, 퍼포먼스, 발효주 워크숍 등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관객이 즐겁게 참여하며 환경 문제를 가깝게 느끼도록 유도한 공간. 공교롭게도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리투아니아관과 같은 주제를 유사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 밖에 솔란지 파르카스 비데오브라질 디렉터가 기획한 스크리닝 프로그램 ‘비데오브라질 히스토리 컬렉션’도 5층 신문박물관 영상실에서 감상할 수 있다. 으나 바스의 ‘석기 시대’ 등 총 9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8월 25일까지. 5000∼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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